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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박국에 나오는 하나님 심판의 본질은 하나님께서 사람의 행위 각각에 대한 능동적인 심판을 하신다는 개별적인 심판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와 뜻을 벗어난 삶 자체이다. 자기가 옳다는 것을 좇아서 높은 곳에 이르려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이겨야 하므로 높이 오르려는 가치관끼리 충돌하고 높이 오려는 가치관 안에서 더 높은 자가 높이 오르려는 가치관을 가진 자를 심판하게 된다.

 

이것이 이방인이 심판의 도구로 사용되는 이유다. 낮아지는 본성을 나타내시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의와 반대로 높아지려는 생각을 가진 모든 사람이 이방인이고, 그 이방인들은 서로를 이기기 위하여 서로 심판한다.

 

이러한 이방인 상호간의 심판은 어떤 경우에도 의롭지 않다. 영화에서나 심지어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사회의 불의에 맞서는 헌신적인 투쟁이나 수고도 하나님 앞에서는 의롭지 않다. 사회 불의에 맞서는 헌신적 투쟁이나 수고의 목적은 사람이 공정하게 높은 곳에 이르고, 공정하게 평안을 얻기 위하여 수고할 수 있는 사람이 생각하는 공정과 의로움을 이루려고 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생각하는 의는 모든 사람이 바라는 높은 곳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고 평등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애초에 잘못된 생각이다. 높은 곳은 넓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공정하게 혹은 평등하게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분노를 더하여 이웃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이웃을 벌거벗겨 수치를 당하게 한다. 사람이 생각이나 상상으로 만든 그 어떤 높은 곳도 하늘 아래 있기에 결국 올라 갈 높은 곳은 없는데도 사람은 높은 곳에 오르려 한다.

 

그러나 사람이 오르려고 하는 높은 곳에는 거할 곳이 적다. 사람이 서로를 이겨야만 하는 이유다. 그래서 상대를 취하게 하고 수치스럽게 한다. 이는 사람이 생각하는 높은 곳에 오르려면 취하거나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웃에게 술을 마시우되 자기의 분노를 더하여 그로 취케 하고 그 하체를 드러내려 하는 자에게 화 있을찐저(2:15)

 

사람의 부끄러움은 선악과을 먹었을 때 나온다. 아담이 선악과를 먹고 눈이 밝아져서 자신이 벗은 것을 보고 부끄럽고(무화과로 가리려 했다) 두려워 숨었다는 것이 사람이 부끄러움을 느낀 처음 사건이다. 이는 사람이 하나님과 같이 되려고 했다가 얻은 결과다. 즉 하나님과 같아지지 않는다는 것, 즉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부끄러움의 본질이란 말이다.

 

가로되 내가 동산에서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3:10)

 

따라서 언제나 높은 곳에 오르려는 사람이 이웃을 부끄럽게 한다는 것은 이웃을 낮은 자리로 몰고 자신은 높아졌다는 의미다. 사람은 그렇게 한 단계씩 높아질 때 마다 높아짐을 영광으로 여기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영광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영광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말은 영광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하박국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분명하게 영광이 아니라 수치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할례 받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라고 말씀하신다. 할례는 오늘날의 포경수술이다. 껍질을 벗겨내는 의식이고, 이것은 또한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증거다. 하나님의 백성이란 외식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생명이 된 백성이라는 증거가 할례다. 그런데 할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라는 말이자 이웃을 부끄럽게 하고 얻은 영광은 하나님의 영광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나님께서 이웃을 부끄럽게 하여 영광을 얻으려는 이방인에게 할례 받지 않았음을 드러내라고 하셨다는 것은 이방인으로서 가진 외식과 눈에 보이는 형식을 본질과 생명의 근원이라 여기는 생각을 의로 여기고 있음을 실토하라는 말이다. 오늘날 눈에 보이는 것을 본질로 보고 육신의 평안과 세상에서의 성공을 하나님 은혜의 척도로 믿는 사람 역시 이 말씀의 대상인 이방인이자 외식하는 자다.

 

생각해보면 오늘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기도는 모두 길 거리에 서서 외식하는 바리새인의 기도와 같다. 자신은 하나님을 믿으니 세상에서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영광스럽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 때문이다.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가로되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18:11)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런 모든 것은 다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왜냐하면 그런 기도와 신앙을 가졌다는 것은 이방인이요, 외식하는 자요, 하나님께 심판을 받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높아지려는 이방인은 언제나 높아지려는 서로를 이겨서 상대를, 이웃을 부끄럽게 하는 사람이기에 자신 역시 그런 다툼 속에 있으므로 언제라도 높아지려는 기준 앞에 자신도 심판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