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9:2-8) 변화산

Category : 평교인의 성경 보기/마가복음 Date : 2022. 12. 15. 16:13 Writer : 김홍덕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제자들은 아주 완곡히 만류했다. 심지어 베드로는 사탄이라는 책망을 들을 정도로 만류했다. 이 일은 그리스도의 정체성, ‘그리스도는 누구(무엇)인가?’에 대해 예수님과 제자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변화산은 사건은 그 이후에 일어난 사건, 기적이다.

 

예수님과 세 명의 제자(베드로, 야고보, 요한)가 산에 오르니 예수님께서 아주 영광스런 모습으로 변하셨다. 옷이 광채가 나고 사람이 희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희게 되었다. 그리고 영광스럽게 변한 예수님과 함께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더불어 말씀을 나누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 사건은 예수님께서 그리스도로서 십자가에 못 박히실 것이란 말씀을 하신 이후의 일이다. 지금 이 사건은 그리스도라는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이견이 충돌한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이걸 염두에 두고 이 사건을 묵상해야 한다.

 

먼저는 옷이 강조되었는데, 영광스럽게 변한 예수님의 옷이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희게 되었다고 했다. 예수님의 신분인 그리스도는 사람으로 이룰 수 없는 성결한 신분임을 먼저 말씀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핵심은 모세와 엘리야 그리고 베드로의 말과 하늘에서 난 소리다.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변하실 때 모세와 엘리야도 나타나서 함께 말씀을 나누는 모습을 본 베드로는 초막 셋을 짓고 여기에 있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각각 예수님과 모세와 엘리야를 위한 초막을. 베드로는 예수님과 모세와 엘리야가 함께 있는 게 아주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때 하늘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저의 말을 들으라는 소리가 난 후 제자들에겐 예수님만 보였다. 모세나 엘리야의 말이나 함께한 말이 아니라 오직 예수님의 말만 들으라고 하신 것이다. 여기서 하늘에서 들린 말씀을 의미가 전달되지 않은 말을 표현하는 소리라고 기록한 건 아직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그리스도가 온전한 그리스도임을 제자들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모세와 엘리야는 율법과 기적을 대표하는 선지자다. 그런 그들이 함께 있는 게 좋다는 제자들은 오천 명을 배부르게 하고, 죽은 자도 살리는 능력이 그리스도의 자격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리스도라 믿는 예수님께서 이제 곧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정치, 사회, 민생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스도를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로 생각한 것이다.

 

그리스도에 대한 제자들의 생각은 비단 제자들만의 생각이 아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물론 오늘날 교회에 다니는 사람 대부분의 생각이다. 기도 제목을 보면 모든 게 증명된다. 기독교인들의 기도는 온통 밥 달라, 직장 달라, 이성을 만나게 해 달라, 나라를 살펴 달라는 것뿐이다. 이런 문제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구한다는 건 그리스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선 민생은 고사하고 자기 육신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십자가에 달렸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보고 네가 그리스도면 거기서 내려오라는 조롱 속에 예수님은 자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하나님 아들이란 사람의 생각이 녹아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는 예수님이 사랑하는 자고 기뻐하는 자라며 예수님의 말을 들으라고 하셨다. 십자가를 지는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그리스도다.

 

예수님께서 산 위에서 영광스럽게 변하신 일은 예수님의 권위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사건이 아니다. 그리스도가 어떤 존재인지, 하나님께서 기뻐하고 사랑하는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말씀하시는 사건이다. 엘리야처럼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이나 모세처럼 성경 지식에 밝고 성경을 행위 규범으로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이 아니다.

 

성경은 그리스도가 누구신지에 대한 말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세대라도 그리스도를 바로 알지 못하면 천사의 말을 해도, 자기 몸을 불사르게 내어준다 해도 아무 소용없다. 따라서 오늘날 사람들의 신앙처럼 육신의 문제 해결을 사람 이상의 능력으로 도우시는 분을 그리스도로 믿는 건 하나님께서 말을 들으라 하신 그리스도를 믿는 게 아니다. 믿는 그리스도가 다르니 거듭났다는 자신 역시 하나님의 그리스도와 다른 그리스도로 난 사람이다. 하나님을 바로 믿는 게 아니다. 즉 구원 없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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