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 옥합 사건 후에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유월절을 제자들과 함께하신다. 뼈를 꺾지 않은 양과 쓴 나물 그리고 무교병(누룩으로 부풀리지 않은 빵)을 먹는 이 마지막 유월절 만찬에서 가룟 유다에게 자기 할 일을 하라고 하셨고, 또 베드로에겐 세 번 예수님을 부인할 것이라고 미리 알려 주셨다.

 

가룟 유다는 유월절 만찬 이전에 이미 예수님은 가난을 해결하는, 육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자기에겐 그저 종과 같은 존재일 뿐이라고 확신하고 예수님을 팔아버렸다. 이 이야기는 향유 옥합을 설명하면서 충분히 했고, 베드로에 관해서는 다음에 더 상세히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우리에게 성만찬 예식이 된 예수님의 마지막 유월절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앞서 향유 옥합 사건의 구성에는 귀한 향유가 담긴 옥합이 깨어지는 장면이 있었다. 흙으로 만든 옥합이 깨어지니 그 안에 있던 향유가 흘러나와 향기가 온 방에 가득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만찬 중에 예수님은 떡을 떼시며 '이것은 내 몸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의 육신이 창과 가시에 옥합처럼 깨어지는 일을 두고 하신 말씀이다. 옥합을 깨트린 여인이 예수님의 장사를 위한 일을 했다고 하신 이유다.

 

깨어진 옥합은 십자가에서 깨어진 예수님의 몸

 

그리고 다시 포도주를 두고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라고 말씀하셨다. 옥합이 깨어지면서 향기가 넘치듯 예수님의 육신이 깨어지니(창에 찔리니) 물과 피가 흘렀다고 하심이 이것이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하나님의 말씀과 생명이 온 세상에 실체를 드러냈다. 예수님 몸에서 흐른 물 곧 말씀은 예수님의 육신이 된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이 모습이 곧 우리의 본성이다. 그리고 이건 모든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을 위한 일이다. 사람의 본성과 정체성 그리고 존재의 목적이 예수님의 육신이 깨어지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말씀이 된 육신의 깨어짐으로 하나님의 의가 드러난 것

 

그러니까 예수님께서는 성만찬을 통해 예수님의 십자가가 가진 의미, 예수님의 죽음으로 인해 사람이 누리게 될 은혜를 말씀하신 것이다. 이 만찬 자리에 오기까지 끊임없었던 그리스도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에 마침표를 찍으신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이때도 이 말씀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다. 또한 오늘날 예수님의 성찬이라며 주기적으로 경건의 모양을 갖추고 임하는 기독교인들 역시 이 의미를 바로 알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예수님께선 이 성만찬에서 떡을 떼고 포도주를 나누시며 "나를 기념하라"고 하셨다. 누구를 기념한다는 건 그와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라고 하신 말씀과 나를 기념하라고 하신 말씀은 그래서 같은 의미다. 말이 같은 의미라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모든 순간 우리가 예수님과 같이 그리스도가 되어야 한다는 걸 말씀하셨다는 걸 상기하는 게 중요하다. 결론은 우리가 그리스도가 되는 것이다. 예수님은 성만찬에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이다.

 

기념한다는 건 그렇게 되겠다는 것,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는 말씀과 같은 의미

 

'그리스도로 거듭남'이란 어쩌면 상용구 같은 이 말씀은 곧 우리 구원을 설명하는 말이자 우리 존재의 목적이다. 우리가 존재의 목적을 회복한다는 게 정체성의 자리를 떠난 죄에서의 회복, 곧 구원이고 우리가 어떤 존재로서 사는 게 하나님께서 생명으로 여기시는 삶을 사는 존재인지를 설명한다. '그리스도로 나서 그리스도로 사는 것', 이게 우리의 구원이고 우리 삶의 목적이자 의미다.

 

예수님은 바로 이것을 우리에게 몸소 보이셨다. 이를 보이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 사람이 그리스도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이신 것이다. 그건 십자가를 지는 것이자, 몸과 생명을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누어주신 예수님을 기념하는 것이다.

 

예수님을 기념하고 성찬에 참여한다는 건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는 그리스도로 거듭나는 것

 

우리가 기념해야 할, 예수님이 십자가를 통해 보여주신 그리스도의 모습은 우리도 사람의 주장 앞에 나의 몸과 내 의와 생명을 내어주는 것이다. 내어주지 않는데 드러날 리 없고, 다른 사람이 자기 것으로 삼을 수 없다. 예수 믿는다는 건 '내가 옳다'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에 내 육신의 수고를 내어주는 생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이래 달라 저래 달라는 요청에 거저 순종할 수밖에 없는 생명이 되는 것,

 

이게 바로 그리스도로 거듭난 생명의 모습이다. 구원은 이 생명이 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향유 옥합 사건과 마지막 유월절을 통해서 이렇게 육신을 내어주는 존재가 그리스도라는 걸 보이시고, 우리도 이를 기념하고 같은 생명이 되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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