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4:43-65) 내가 그니라

Category : 평교인의 성경 보기/마가복음 Date : 2023. 5. 3. 06:28 Writer : 김홍덕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를 마친 예수님은 잡으러 온 군병들에게 끌려가 대제사장에게 심문받게 된다. 그 사이에 베드로가 발로 벤 종의 귀를 붙이신 일과 한 청년이 벌거벗고 도망가는 일도 기록되어 있다. 예수님께선 이런 일까지 참으라고 하셨고(22), 벌거벗고 도망간 이는 마가라고 알려져 있다.

 

이번에 이야기할 핵심은 심문받으신 예수님의 말씀이다. 모든 복음서를 통틀어 정리해 보면 예수님께선 각종 심문 그리고 왜곡되고 거짓된 증언에 별다른 변론은 없었다. 다만 하나님의 아들인지와 그리스도냐는 질문에만 답하셨다. "내가 그다"라고. 문제는 별다른 변론은 하지 않다가 유대인들의 공분할만한 그리고 죽임을 당할만한 답변만 하셨다는 것이다.

 

특히 빌라도에게 "내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다"라고 했을 때, 빌라도는 과대망상에 걸린 사람 정도로 봤을지 모른다. 하나님의 아들이 자기 앞에 잡혀 와서 심문받는다는 건 누가 봐도 웃긴 이야기기 때문이다. 초라한 꼴로 잡혀 온 사람이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하는 건 유대인들에겐 신성모독이고 빌라도에겐 어이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게 그리스도의 진정한 모습이란 걸 보이는 게 예수님 구원 사역의 본질이다.

 

끌려와 매 맞는 모습이 그리스도의 정체성임을 보이신 게 인류 구속 사역의 본질

 

군병에게 잡혀서 채찍질 당하고 심문받는 사람을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말하는 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 우리는 그런 예수님이 그리스도임이 확정된 상태에서 성경을 읽고 있어 쉽게 여겨지지만 이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도 말로는 예수님이 그리스도라고 믿지만 사실 그 당시 빌라도나 유대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 초라한 그리스도는 지금도 믿지 않는다.

 

우리 신앙을 양심적으로 돌아보면, 우리가 복으로 여기고 하나님의 은혜라 여기는 것들은 하나도 초라하지 않다. 하나님께 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각도 그렇다. 가난하거나 병들거나 사업이 형통치 않으면 스스로조차 행여 하나님께 잘못한 게 없는지 돌아본다. 다른 사람이 그렇다면 더더욱 그렇다. 분명 하나님을 잘못 믿어서 저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신앙관과 가치관은 누구에게도 이상하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일반적이다. 하나님이 아니라도 부처나 다른 신 혹은 육신의 삶이 올바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시각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생각이란 것이다. 단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 사람들은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확정한 상태에서 예수님을 믿으니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 자기 신앙과 다르다고 생각할 뿐이다.

 

오늘 이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별것 없어 보이는 한 사람이 자신이 그리스도라고 말한다면 믿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많은 반문이나 힐문이 쏟아질 것이다. "네가 목사냐?", "남들보다 나은 것도 없는데 그리스도라고?"라며 조롱하고 비방할 것이다. 이게 바로 예수님께서 심문받으신 빌라도의 뜰의 광경이다. 이게 보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예수님을 조롱하고 채찍질한 사람의 후손이다.

 

예수님께서는 더할 나위 없는 모습을 한 자신이 곧 그리스도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셨다. 연출된 것도 아니다. 정말 하나님의 아들이라서, 그리스도라는 생명이 가진 본성이 그렇게 이끌어서 그랬을 뿐이다. 육신의 형편이나 모양은 하나님 아들 그리스도가 되는 데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 요소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이 된 존재기에 그렇게 말씀하셨을 뿐이다. 예수님은 단지 이 이유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

 

오늘도 그렇다. 모두가 구원이나 하나님은 세상 가치 기준으로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곳에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큰 교회, 화려하게 지은 교회를 찾고,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는다. 세상 가치로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이 모이면 그곳이 좋은 곳이라 여긴다. 이런 모습을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할 것이라고 하셨다. 이런 가치관의 세상 속에는 그리스도가 없다.

 

예수님이 보이신 그리스도로 거듭난 사람은 세상 가치관으로 높이 올라가는 걸 은혜라고 전하지 않는다. 경제적 부유함이나 형편의 다양함은 말씀이 육신이 된 육신의 삶에 필요해서 그렇게 주실 수도 있고, 사도들처럼 주시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건 형편과 필요에 따라 주시기도 주시지 않으시기도 하는 겉모양이다. 예수님과 같은 그리스도는 그저 세상의 가치 앞에 종이 될 수밖에 없는 본성을 보이고 전할 뿐이다. 그게 그리스도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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