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2:35-44) 서기관과 과부

Category : 평교인의 성경 보기/마가복음 Date : 2023. 3. 31. 07:00 Writer : 김홍덕

예수님께 어떤 계명이 첫 번째 계명인지 묻고 칭찬받은 서기관이 있긴 하지만 서기관 대부분은 늘 예수님께 책망받기 일쑤였다. 십자가를 지러 가는 이 길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백성들에게 서기관을 삼가라, 서기관의 누룩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서기관들이 그리스도를 다윗의 자손이라고 말하는 서기관들의 모순을 지적하셨다. 다윗이 그리스도를 주라 말했는데 서기관들은 오히려 그리스도를 다윗의 자손이라고 한다는 건 그들이 그리스도를 육신의 안목으로 보고 있음을 지적하신 것이다. 그런 그들이기에 외식을 일삼는다는 의미다.

 

서기관에 대한 책망은 그리스도를 육신의 혈통으로 보는 가치관을 가졌으니 성경을 지키는 것도 행위로 보고, 행위를 본질로 보니 육신의 형편이 곧 하나님 은혜의 척도, 하나님 앞 신분의 척도로 여기게 되고, 그렇게 되니 서기관, 장로, 제사장, 목사라는 신분으로 사람의 문안을 받는 것임을 말씀하신 것이다.

 

사실 오늘날 하나님 믿는다는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예수님께서 책망하신 서기관의 모습과 누룩과 외식에서 왔다. 오늘날 기독교 신앙의 뿌리가 서기관과 바리새인이다. 육신의 형편이 좋아지는 걸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는 가치관이 그렇고, 하나님을 섬기는 노력으로 신앙을 치장하니 그렇다. 헌금을 많이 하는 형편이 되는 것을 은혜로 여기고, 육신의 노력으로 공부하고 그렇게 공부한 사람끼리 경쟁한 목사를 우대하는 게 그렇다. 그 무엇보다 그렇게 노력한 이들이 성도들에게 말씀대로 살기를 노력하라고 가르치고, 육신의 복을 구하는 성도들은 육신을 기준으로 은혜 입었다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빌려준다. 그런 신앙이 기독교의 뿌리이자 전부가 되었다. 이게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 서기관에서부터 이어져 왔다.

 

그런데 이 서기관과 다르게 초라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과부다. 남편이 없는 여인이다. 성경적으로 남편 없는 여인은 하나님을 바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사실 겉모습은 부유하고 권세가 있었지만, 서기관과 바리새인과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진정 과부다. 그들에겐 의가 없기 때문이다. 의가 없다는 게 바로 남편이 없다는 것이고, 과부라는 의미다.

 

반면 적은 헌금밖에 드릴 게 없는 가난한 과부는 예수님께 칭찬받았다. 그녀는 가진 모든 재산을 드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 말씀은 두 렙돈이라는 금액과 이로 대변되는 그녀의 상황을 말씀하시는 게 아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자기 모든 소유는 돈이 아니라 과부라는 신분 그 자체다. 하나님 없는 자로서 하나님을 구하는 자기의 모든 것을 드렸다는 뜻이다. 단지 그 마음이 두 렙돈으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잔치의 상석에 앉는 서기관이나 당시 종교적, 사회적 지도자들은 육신이 풍족했고, 종교적 행위도 무화과나무잎처럼 풍성했다. 그러나 그들에겐 열매가 없었다. 오늘도 그가 와야 예배가 시작하는 목사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예수님께선 이 모든 육의 형편을 누룩이라고 하셨다. 심지어 무덤에 칠한 회라고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에게 행위를 구하러 오신 분이 아니다. 예수님을 보내신 하나님은 우리 먹을 것을 공급하는 호구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신 건 분명 뜻이 있다.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먹을 것, 입힐 것을 주는 일이나 하자고 사람을 만드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육신의 형편이 하나님 은혜의 척도가 될 수 없다. 그러니까 그걸 은혜라고 구하는 건 하나님을 아주 제대로 희롱하는 것이다.

 

앞서 첫 번째 계명에 대한 말씀을 다시 상고하면 목숨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그리스도로 거듭나려면 남편인 하나님 말씀이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이 된 존재기 때문이다. 남편인 하나님의 말씀, 어기려고 해도 성경을 어길 수 없는 생명으로 거듭나야 하는 존재가 여자, 곧 사람이다. 서기관들은 이 남편이 없는 진정한 과부지만 자신이 과부란 걸 모른다.

 

그러나 육신으로 과부인 이 여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드렸다. 자신의 모든 걸 드린다는 건 자신에게 어떻게 해도 좋다는 순종이다. 하늘의 뜻이 흙으로 만들어진 자신에게 임하시고 이루어져 그리스도로 거듭나겠다는 간절함, 그 마음이 바로 가진 모든 걸 드린 마음이다. 성경을 지키려 노력하는 진정한 과부들에게 이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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