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하나님께 맡긴다고 말한다. 자기가 도모하는 일에서부터 자식의 장래와 심지어 자기 인생과 영혼까지. 이것이 믿음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은 원래 하나님의 것이었고, 하나님이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것이기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께 맡기라’는 설교와 권면과 말을 무수히 듣고 산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가 “하나님께 맡긴다는 건 어떻게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하나님께 맡긴다는 데 그건 어떻게 하는 것인가?
사람은 고속버스를 탈 때 안전을 하나님께 맡긴다고 기도한다. 하지만 부산으로 갈 사람이 어느 버스를 탈 것인지를 하나님께 맡긴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자기가 할 수 없지만 기대하는 바가 있는 일은 하나님께 맡기지만 자기가 할 수 있고, 자기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일을 하나님께 맡긴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안전한 여행이라는 자기 목표와 기대가 완전히 자기 손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안전은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하지만 행선지는 자기가 결정할 수 있으니 자기가 하지 하나님께 맡기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자녀의 장래, 내가 주권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업상의 입찰이나 계약, 그리고 장담할 수 없는 건강과 수명에 관한 일은 하나님께 맡긴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양심을 가지고 냉정하게 말한다면 사람은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기대하는 결과가 있는 일을 하나님께 맡긴다. 정확히는 맡긴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기대하는 결과는 자기가 정했고, 그 결과를 하나님께서 만들어 주기를 기대할 때 하나님께 ‘믿고’ 맡긴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건 마치 하나님을 알라딘의 램프 속 지니처럼 여기고 있는 기독교 신앙의 일면이다.
함께 생각해 볼 게 있는데 사람이 맡긴다면 하나님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맡아 주시는 지도 생각해야 한다. 하나님은 전당포가 아니다. 하나님의 정체성과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기대하시는 목적에 맞는 일이어야 하나님께서 맡아 주신다. 하나님은 존재의 하나님이고, 사람을 향한 분명한 목적이 있는 분이다. 사람이 생각하기에 자기 목숨과도 바꿀 정도로 하나님을 위한 일이라고 해도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기대하시는 방향과 다른 일이라면 하나님께서 맡아 주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런 사람은 상종하지 않으신다. 창조한 피조물이 창조 목적과 다른 걸 맡기는데 그걸 수용하실 리는 없다.
하지만 하나님께 맡긴다는 건 전적으로 결과를 하나님께 맡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을 바로 아는 올바른 믿음이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셨다. 나에게 인생을 주신 목적은 하나님만이 가지고 계시고, 그 목적을 위해 내게 인생을 주신 분이다. 내가 하나님과 어떤 거래를 하든, 내가 하나님을 어떻게 믿든 하나님께서 나에게 인생을 주신 목적을 벗어날 수 없다. 사람이 이걸 벗어나는 게 바로 ‘자리를 벗어났다’는 의미 <죄>다. 따라서 넓은 의미에서 보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인생을 주신 목적을 벗어난 일을 하나님께 맡긴다며 설레발 치는 건 죄를 짓는 일이지 하나님께 의지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인생을 하나님께 맡긴다는 건 사실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냥 하나님께서 나에게 인생을 주신 목적에 순종하는 것, 그게 전부다. 사람들이 결연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맡긴다는 일들은 사실 알고 보면 공중의 새도 먹이시는 하나님께서 모두 알아서 하시고 예비하신 일이다. 사람이 자기 눈에 필요하고 기대하고 좋아 보이는 걸 하나님께서 주시기를 바라면서 하나님께 맡긴다고 하는 건 ‘나는 관여하지 않고 맡길 테니 원하는 결과를 내어 주세요’라는 협박이다.
그러므로 막연하게 무엇이 하나님께 맡긴다는 건지 생각하지도 않고 내가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그 과정을 하나님께 맡긴다는 식으로 하나님을 의지할 게 아니다. 그건 신앙이 아니다. 하나님께 맡긴다는 건 하나님께서 내게 인생을 주신 목적에 내가 순종하겠다는 고백이어야 한다. 과정은 물론이고 하나님께서 어떤 결과로 이끄시든 그걸 수용하고 순종하는 것, 그것이 하나님을 믿는 것이고,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며, 순종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이끄신 결과에 순종하는 마음, 그것이 하나님께 맡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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