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씀하시는 청결은 청소가 잘 된 깨끗한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있어야 할 게 온전하게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마태복음 12(43-45)에 더러운 귀신이 사람에게 나갔다가 쉬기를 구하지 못하다 다시 원래 사람에게 가니 심령이 소제되고 수리된 것을 보고 더 악한 귀신들을 데리고 왔다는 예수님의 비유가 있습니다. 이처럼 단지 깨끗하게 된 상태는 청결이 아닙니다. 성경이 말씀하시는 청결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할 것만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헬라어 원어 역시 이런 의미인데, 사용된 카다로스(καθαρός)는 우리가 잘 아는 카타르시스(정화)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이 청결은 굳이 헬라어나 원어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가 온전히 하나님만 바라는 심령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한다는 믿음의 기본만 생각해도 예수님의 의도를 알 수 있는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신 뜻, 나에게 육신을 주시고 인생을 살게 하신 뜻을 핵심으로 팔복에 관해 이야기해 왔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나를 창조하신 목적, 하나님의 의와 뜻이 가난함을 인정하고 애통해 할 때 하나님 나라에 속하게 되고,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상태와 자리에서 하나님의 의가 본성이 된 그리스도 안으로 불러 내시는 위로를 주시는 분이라는 이야기를 했었고, 그 하나님의 의에 의해 낮아지고, 하나님의 의에 목말라 할 때 배부르게 하신다는 약속의 말씀들을 묵상해 왔습니다. 그리고 부유하게 된 하나님의 의로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는 삶도 이야기했습니다. 그 삶이 바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는 삶이라는 것까지.

 

그리고 이제 예수님께서는 청결을 말씀하십니다. 마음에 온전히 하나님만 있는 상태, 원래 창조하신 의도대로 하나님의 성품을 표현하는, 하나님의 말씀만이 심령에 있는 청결한 사람이 받는 복을 말씀하십니다. 그 복은 하나님을 보게 되는 복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원래 사람은 하나님을 볼 수 없습니다.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는 영이시기에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없기도 하지만 하나님을 만나면 죽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건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뜻하신 계획(말씀, 로고스)와 의가 인생의 목적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이 된 거듭난 사람은 하나님과 하나가 됩니다. 하나님을 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라는 내용과 하나님의 의를 표현하는 육신의 삶이라는 형식이 하나가 되는 은혜를 누리게 됩니다. 이것이 하나님을 보고,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이 이렇게 되려면 그의 모든 것이 하나님께 합당한 청결의 상태여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마음이 청결한 사람은 여호와 하나님을 만나는 것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살아가면서 인생의 순간마다, 또 마디마다 하나님을 만납니다. 자기 마음에 하나님만으로 청결하니 온전히 세상을 경영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들 속에서 항상 하나님을 만납니다. 이것이 진정한 복인데, 이렇게 마음에 하나님의 뜻만 있는 청결한 사람은 살면서 늘 하나님을 보기에 말 그대로 하나님과 동행하며 평안과 만족(에덴)을 누립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23:1)

 

우리는 하나님을 만난다는 걸 신비로운 현상으로 생각합니다. 얼굴의 광채와 신비롭고 영화로운 후광을 입고 나타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사실 하나님은 사람 가운데 계십니다.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사람 안에 거하시려고 사람을 창조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므레 나무 아래에서 소돔과 고모라를 향하던 주의 사자들을 아브라함은 그들을 라 칭하여였고, 그들이 나중에 사라에게 말씀하실 때는 여호와께서라고 하였고( 18), 요셉을 만난 시위대장 보디발( 39:3)과 바로 왕( 41:38-39)도 요셉을 보는 것이 하나님을 만난 것이라고 했으며, 결정적으로 육신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나를 본 자는 아버지(하나님)를 보았거늘…”( 14:9)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에 하나님만이 거하는 청결한 사람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경영이 하나님의 일하심으로 보일 것이며, 또한 자기 안에 있는 하나님의 의를 위한 삶에 함께하고 동행하는 사람이 하나님처럼 보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성품을 표현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창조 목적 자체가 낮고 겸손한 마음으로 사람을 섬기며 사랑하는 것이므로 그 목적만으로 충만한 마음이 청결한 사람은 말씀대로 무슨 일을 하든지 주께 하듯 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골 3:23)

 

사람은 원래부터 하나님의 형상대로, 하나님의 성품을 표현하는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을 통해 하나님을 만날 수 없다면 사람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와 같은 육신으로 이 땅에 오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원래 하나님만 거하시는 곳입니다. 그렇게 창조되었습니다. 마음이 청결하다는 건 그 목적대로 하나님만 계시는 상태입니다. 이런 사람은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그래서 세상을 경영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보입니다. 또한 사람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도 볼 수 있습니다. 심령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으면 하나님의 뜻을 찾느라 인생을 소비합니다. 하나님의 창조 목적대로 마음에 하나님이 계신 청결한 사람은 언제나 하나님을 보는 복을 누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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