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3:1-5)

모세는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하나님이 세운 사람이다. 따라서 구원을 이끄는 그에겐 하나님의 구원이 있어야 한다. 자기 안에 없는 걸 가르치거나, 자기가 알지 못하는 정체성의 자리로 사람을 이끌 수는 없다.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모세를 불러 자신의 정체성을 보이신다는 건 하나님이 베푸시는 구원이 어떤 구원인지를 설명하시겠다는 의도다. 그러므로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는 장면은 하나님이 베푸시는 구원의 많은 걸 설명한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자신이 스스로 존재하는 존재의 신이라는 걸 밝히시면서 "네가 서 있는 땅은 거룩하니 신을 벗으라." 하셨다.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니 신을 벗는 게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말씀 속 '거룩'과 땅 그리고 신을 벗으라고 한 말씀은 하나님이 베푸시는 구원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땅은 곧 흙으로 지어진 사람이고, 존재의 신이라는 유일성이 하나님의 거룩하심이다.

 

성경이 말하는 땅은 특정한 지점을 말하는 게 아니라 흙으로 창조된 사람을 의미한다. 출애굽기를 견인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역시 그렇다. 가나안이라는 좌표나 지점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는 게 구원인지를 설명하시는 말씀이다. 따라서 거룩하신 하나님이 땅에 임하여 거룩한 땅이 된다는 건 곧 하나님의 뜻이 임하여 사람이 거룩해진다는 뜻이다.

 

이건 우리가 잘 아는 주기도문 통해서 선명하게 알 수 있다.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구하라는 건, 하나님의 뜻이 사람인 나에게 임하기를 구하라는 뜻이다. 이를 통해 사람에게 이루어져야 할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뜻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신 목적,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의 의도다. 예수님은 그걸 간구하라고 하시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땅에 임하시면 이 기도가 이루어지는 것이자, 사람의 존재 목적이 회복되는 것이다.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의 뜻이 있고, 그 뜻이 흙으로 창조된 사람에게 임하신 것이기에 사람으로선 존재의 목적이 회복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람이 자신의 존재 목적을 회복한다는 건 거룩하신 하나님이 땅(흙으로 창조된 육식)에 임하신 것이므로, 그 사람도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즉 그 사람이 구원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성경은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져 거룩하게 된 사람을 <그리스도>라고 한다. 그리스도로 오신 예수님을 두고 말씀이 육신이 된 존재라고 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이 흙으로 창조된 육신 안에 임하는 사람은 그리스도며,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기도가 이루어진 사람이며, 하나님이 임한 거룩한 땅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건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졌다는 것이고, 흙으로 창조된 육신을 가진 사람이 거룩해졌다는 의미다.

 

이것을 알고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는 장면을 다시 보면, 스스로 존재하는 하나님이 떨기나무는 타지 않고 스스로 타는 불꽃으로 임하신 땅은 그 자체로 거룩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 역시 이처럼 거룩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게 구원임을 말씀하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님이 임하신 거룩한 땅에 흙으로 창조된 사람인 모세가 신으로 단절된 상태로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흙으로 창조된 모세에게 신을 벗고 거룩한 땅에 서라고 하신 것이다.

 

만약 거룩한 땅에 모세가 있는 자체가 문제라면 떠나라고 하시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의도는 모세가 그곳을 떠나는 게 아니라 모세가 하나님의 정체성과 베푸실 구원을 깨달아 자기 안에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지금 베푸실 구원을 이끌 지도자로 모세를 부르고 계신다는 걸 잊지 않았다면 이걸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 하나님이시기에 모세가 땅과 구분된 상태가 아니라 땅을 바로 밟고 서는 존재, 곧 하나님이 임하신 땅과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면 모세에게 신을 벗으라고 하는 것이다.

 

떨기나무는 타지 않는 불꽃으로 임하셔서 스스로 존재하는 존재임을 밝히신 하나님께서 당신이 임한 땅에 선 모세에게 신을 벗고 서라고 하시는 건 일면 간단한 사건 같지만, 스스로 존재하는 하나님이 임한 거룩한 땅과 하나가 되라는 의도의 말씀이다.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의 뜻이 임해야 하는 존재고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게 하나님이 우리에게 또 이스라엘 백성에게 베푸시는 구원이 임하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시는 뜻을 가지고 하시는 말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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