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 선악과를 먹다..

Category : 김집사의 뜰/덕이의 신앙 이야기 Date : 2013. 8. 17. 22:28 Writer : 김홍덕

방언을 받은 덕이는 어떤 관점에서 보면 나름 교회라는 공간이 요구하는 몇가지 자격을 갖추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신앙을 논하는 것에 있어 기준이 되는 것들에 있어 앞선 사람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뒤쳐진 사람이라거나 모자라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것은 덕이도 그렇게 느꼈지만 교회라는 공간이 사실 그런 곳이기도 했다. 신앙적인 자격이라는 것이 공식적으로는 없지만 불문율 처럼 성경을 많이 아는 사람이나,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은 신앙이 좋다는 인식이 있다.


덕이는 이제 방언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교회에서 표면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온다거나 아니면 덕이의 실제적인 입지가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덕이 스스로가 느끼는 자부심도 있었고, 또한 아닌 것 같아도 교회라는 공간 안에서 어린 학생이 방언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훈장과 같은 것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교회가 그래서는 안된다. 교회는 사람의 존재 목적이 무엇인지를 듣고 배우고 나누는 곳이지, 한 사람이 어떤 것을 할 수 있느냐?가 주제가 되는 곳은 아니다. 그래서는 안되지만 실제로는 그런 곳이 또한 교회이기도 하다. 겸손한 사람보다는 돈 많고, 교회 안에서 세력이 많은 사람이 장로가 되기 쉬운 곳이 교회라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도 없다.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그렇다는 것이다.


덕이는 스스로도 잘 느끼지 못했지만 마음에 자부심이 커져만 갔다. 몇번 참석하지 않은 성경공부로 실제로는 아는 것도 없었지만 자신이 많이 아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도 우스운 모습이지만 자부심을 가진다는데야 뭐 할 말이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성경을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다가 어른들도 하지 않는 기도회를 해 가면서 방언을 하는 아이가 되었다는 것은 하나의 선민 의식이 되어가고 있었다.


덕이의 마음에는 자신이 4대째 예수를 믿는 집안의 아들로서, 이 교회가 세워질 때 부터 다니고 있는 집안의 사람으로서, 또한 남들 못하는 방언을 하고, 성경도 많이 아는 사람이라는 것은 다 자신의 공로나 유전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뿌리처럼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다. 유전이나 자기 공로가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복을 주셔서 방언도 하고 성경도 많이 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덕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수련회때는 성경퀴즈 대회에 1등을 했고, 2학년이 되어서는 성경 전체를 통독했다. 그 이후에도 성경퀴즈 대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하는 족족 거의 1등을 했다. 이런 덕이에게 교회 생활은 그야 말로 물 만난 고기의 모습과 같은 것이었다. 그곳에서는 누가 뭐래도 자기가 제일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를 키우는 것이었지만 덕이는 알지 못했다. 그것은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덕이 안에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방언을 할 줄 아는 사람과 아닌 사람, 성경을 한번이라도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저녁 예배를 나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 같이, 덕이 자신은 하고 있는데 하지 않는 사람을 명확히 구분하는 마음이 서서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선악과인줄도 모르고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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