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보다 만화방

Category : 김집사의 뜰/덕이의 신앙 이야기 Date : 2013. 8. 10. 15:46 Writer : 김홍덕

그러던 덕이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님께서 원래 다니던 교회로 다시 나가게 되면서 원래 다니던 J교회로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덕이에게 그 교회는 재밌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런 교회였다. 아는 사람도 없고, 또한 아주 큰 교회는 아니었지만 개척교회보다 훨씬 큰 교회라 사람도 많은데 그곳에서 뭔가를 인정 받는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니 누구 하나 덕이가 왔다고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자 덕이는 중등부 예배에 흥미를 잃었었다. 덕이는 그때 자기의 신앙을 <사주신앙>이라고 했다. 예배 순서 중 <사도신경> 외울 때 들어가서, <주기도문>외울 때 집에 가는 신앙을 말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덕이는 그랬다. 집에서 혼자 버스를 타고 교회에 가는데 40분 정도가 걸렸다. 그렇게 멀리 중학교 1학년이 다닌다는 것이 재밌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서 천천히 나서서 사도신경 외울 때 들어가서 뒤에 조용히 있다가, 다들 일어서서 주기도문을 외울 때, 나와서 집으로 가 버렸다.

 

중학교 시절 덕이는 중등부의 예배는 자기가 참석하는 것이 다 인줄 알았다. 보통은 예배를 마치고 성경 분반 공부가 있었는데 덕이는 그런 것이 있는 줄로 몰랐다. 사주신앙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 간을 다녔지만 아무리 애쓰도 재미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개척교회에서 비록 방언을 받는 것에는 실패했었지만 그래도 인정 받는다고 생각하며 다니다가 투명인간 처럼 왔다갔다 하는 교회가 재미있었을리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덕이는 일탈을 하게 된다. 교회에 간다고 나서서는 엄마가 헌금하라고 준 돈을 가지고 만화방으로 간 것이다. 처음에는 엄청 간 떨리는 일이었지만 한번 두번 가다보니 이내 익숙해졌다. 그러자 덕이는 일요일이면 아예 교회 대신에 만화방으로 갔다. 하지만 그게 오래 갈 일은 아니었다. J교회의 중등부 전도사님은 덕이 엄마와 아주 친한 관계였다. 덕이 엄마는 가난한 신학생을 위한 장학회 임원을 맡고 계셨는데, 중등부 전도사님은 그 장학금의 수혜자였던 것이었다. 덕이는 그것도 모르고 아무 일 없겠거니 하고 만화방을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어느 날, 교회에서 전도사님은 덕이의 엄마에게 덕이가 교회에 안오는 이유를 물었고, 덕이의 엄마는 그럴리 없다며 한 주도 그러지 않고 일요일마다 교회 간다고 갔었다고 알고 있었던 덕이의 엄마는 결국 교회에 다녀온 날 덕이를 불러서 다그쳤고, 덕이는 모든 것이 들통 나서 엄마에게 종아리를 맞게 되었다. 그런데 덕이는 두꺼운 양말을 올려 신고는 매 맞는 것을 감해보려 했다. 덕이의 엄마는 그것을 몰랐을리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덕이는 교회에 안간다는 이유로 맞아야 하는 것이 나름 억울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덕이는 만화방을 갈 수 없었다. 교회로 돌아간 첫 주일, 전도사님은 덕이를 따뜻하게 맞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주기도문을 외우고 집에 가려는데 전도사님이 먼저 나와서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웃으면서 "성경분반 공부 하고 가야지" 하며 성경공부 반에 데려다 주었는데, 덕이의 마음에는 "교회에 와서 예배만 드리면 됐지, 이건 뭐하는거야?" 했지만, 지은 죄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앉아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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