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신념과는 다른 믿음

Category : 김집사의 뜰/복음 담론 Date : 2015. 1. 29. 10:53 Writer : 김홍덕

믿음이라는 것은 <기대>와는 다른 것이다. 또한 <신념>과도 다른 것이다. 신념은 굉장히 능동적인 개념이다. 내가 믿는 것에 대하여 아주 능동적인 갈망을 가지도 있다는 것이기에 그렇고, 기대는 믿는 대상의 의지와 무관하게 나의 의지가 관철된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믿음은 상상 이상으로 순종적인 것이다. 순종이라는 것은 믿는 대상이 보이는 모든 결과에 순종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윗 왕이 밧세바 사이에서 난 첫 번째 아들을 살려달라고 기도하다 아이가 죽자 씻고 밥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성경에서는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했는데, 제사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믿음의 표현이고 성의고 마음의 표시일 수 있다. 즉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다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믿음의 상징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사보다는 순종이 낫다는 말씀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믿음이란 아주 수동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믿음이라는 것은 기대가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대상의 모든 반응에 내가 순종할 수 있을 때 믿는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기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아이를 믿는다는 것은 부모의 바람대로 아이가 자라는 것을 두고 아이를 믿는다고 하면 곤란하다. 아이를 믿는다는 것은 아이가 자기가 원하는 길을 가는 것을 지지하고, 아이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지원하는 것, 즉 아이가 보이는 모든 반응에 순종하는 것이 아이를 믿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을 믿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님이 나의 바람을 들어 주실 것이라는 기대나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강한 신념이 믿음이 아니라,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지듯 하나님께서 내가 어떻게 하시든지 그것에 순종할 수 있는 것을 믿음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순종이 제사보다 나은 것이다.


신념이 믿음이 되고 기대가 믿음이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임신한 아이가 아들이라고 믿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나, 자신의 병을 하나님께서 낫게 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 믿음이 있다면, 딸이 태어나면 그 아이가 아들로 바뀔 것이라는 것까지 믿어야 하고, 아프다 죽으면 다시 살 것 까지 믿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대에 대한 능동적인 신념은 믿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믿음이라는 것은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를 떠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브라함(당시는 아브람)이 원하는 어떤 것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기에 그냥 떠나는 것 그것이 바로 믿음인 것이다.


그러므로 헹가래를 당할 때 받쳐주는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받쳐주지 않아서 자신이 떨어져 다치는 피해를 감수할 때 비로소 믿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지, 떨어져서 다쳤을 때 받쳐주던 사람을 비난한다면 그것은 믿는 믿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믿음은 정말로 수동적인 것이다. 수동적이라는 것은 마음먹는다고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대상 앞에서 수동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순종할 때 비로서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릇은 아무리 신념을 가져도 스스로 내용물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 때 비로소 수동적인 존재가 되고 주인이 따라주는 것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설사 그릇은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도 스스로 뒤집어져 있을 수도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그릇이 주인을 믿는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그릇은 주인이 자신에게 늘 주인이 원하는 것을  담아내는 순종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믿음의 반대 방향성을 가진 충성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즉 주인은 그릇을 충성되게 여기고, 그릇은 주인을 믿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믿음이다. 성경에서 사람을 질그릇이라 비유한 것을 생각해보면 간단한 것이다.


예수님께서 믿음을 볼 수 없다고 하신 것도 이것이다. 그 당시 유대인들은 다 하나님을 믿었지만 자신의 기대에 대하여 반응해 주시기를 바라는 것이었지,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지듯 하나님의 목적과 의가 사람에게 이루어지는 것을 순종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믿음은 아주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것이다. 그것은 믿는 대상과의 관계가 분명하게 정립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믿음은 믿는 대상이 보여주는 그 어떤 것에도 내가 감수하고 수고하고 희생하는 것이 믿음이지 내가 바라는 기대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아이를 기르면서 이 믿음에 대하여 많이 생각해 본다. 아이를 믿는다는 것이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늘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믿는 믿음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믿음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더 알게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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