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열정은 다른 것

Category : 김집사의 뜰/복음 담론 Date : 2015. 3. 24. 10:24 Writer : 김홍덕

최근에 아들 녀석이 보고 싶다고 해서 온 가족이 함께 '위플래쉬'를 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관점에 좋은 영화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그저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의 음악버전 정도의 주제와, 영화로서의 구성은 많이 아쉬웠고, 마지막은 열정적인 연주는 볼만 했지만 영화 구조로 본다면 뭔가 하다가 만 것 같은 그런 상태로 끝난 것 같았다.





영화로서 완성도나 느낌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사람마다 다를 뿐 아니라 나는 영화를 평론할 만한 사람은 아니기에 나의 의견은 뭐 중요하지도 않을뿐더러 별 가치도 없는 이야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광기와 열정은 다르다는 것이다. 광기와 열정을 어떻게 구분할까? 이러한 비교에 있어 드라마 정도전에 나오는 정도전과 이방원의 비교가 적절한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드라마 후반부에 정도전은 정몽주에게 잡혀 죽을 지경이 되어 옥에 갇히게 되고, 드디어 내일이면 정도전에 대한 형이 집행하기로 한 전날 저녁, 죽마고우인 정몽주는 정도전을 찾아가서 내일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때 정도전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는 반드시 온다. 내가 아니면 다음 세대, 그 세대도 아니면 그 다음 세대에서라도 반드시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는 온다.





정도전은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이루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일했다. 그건 그 당시로 보면 역적모의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꿈을 향해 광기에 가까운 열정을 보였다. 그러나 그 당시 이방원은 달랐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결국 그는 정몽주를 죽이고, 조선을 건국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정도전이 시작하여 탑승한 이방원이 정도전의 꿈에 흠집을 낸 것이 되었다. 바로 이것이 광기와 열정의 차이이다.


이방원은 광기로 가득 찬 것이다. 하지만 정도전은 열정이다.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인가? 그것은 늦어지고, 또 당대에 이루지 못할 것 같은 일이 있어도 그것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 믿음에 자신을 맡긴 것이고, 이방원은 자기가 아니면 안 되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차이다.


한 개인이 어떤 꿈을 이루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광기는 환호를 받을 수는 있지만, 부럽지 않고, 열정은 환호함이 없을지라도 그와 같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광기는 '대단하다.'는 찬양을 받을 수는 있지만, '나도 저럴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열정은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다.


어떤 것에 몰입하면 많은 것을 잃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의 것을 잃어가며 그것을 성취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광기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즉 다른 사람의 마음과 인생까지 희생하는 것이다. 영화 위플래쉬에도 주인공이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들에서 그것을 엿볼 수 있다. 즉 몰입하면서 희생하여야 할 것에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감정도 잃어버리는 것이 광기다.


반면에 열정은 다르다. 열정은 몰입하지만 자신을 희생한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시간을 희생한다. 다른 사람이 상처 받을 상황이면 자신의 것을 보류하고, 자신의 것을 희생하며 다른 방법을 찾고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바로 열정이다. 그것은 결국 사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영화로 비교한다면 아마 '위플래쉬'와 '비긴어게인'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위플래쉬가 광기의 영화라면, 비긴어게인은 열정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비긴 어게인에서 마지막 옥상에서 다들 마음을 모아 녹음하는 장면이야 말로 열정의 장면이다.)





사람이 어떤 것에 몰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한 가지 일에라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범인보다 광기를 가진 사람이 더 대단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 광기가 음악과 예술 같은 것이라면, 하지만 나는 그런 광기보다는 아무 것도 특별함이 없는 인생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할 수 있다면 열정을 가진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의 세계이든, 종교의 세계이든, 스포츠나 정치나 학문 그 어느 것에 있어서라도, 꿈을 좇아가는 길에 남의 마음이나 기회가 아니라 때로 물러서는 것과 같고 꿈이 무너지는 것 같은 그런 좌절을 경험하는 한이 있어도 나의 마음, 나의 시간, 그것을 투자하고 희생하며 가는 그런 열정 그것이 진정 꿈을 좇는 것이라 생각되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