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수능일

Category : 김집사의 뜰/복음 담론 Date : 2014. 11. 13. 09:54 Writer : 김홍덕

오늘은 수능일이다. 집의 큰 아이도 오늘 수능을 치러 갔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수험생 부모라는 자리는 태어나서 처음 해 보는 것이라서 그 성적표가 어떨지는 모르겠다.





아침, 아들 녀석을 시험장에 데려다 주는 길에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큰 아들은 어떨 때는 친구처럼 대화를 하기도 한다. 사무실이나 집에서 간단하게 맥주 정도는 같이 마시기도 한다.) 


아들에게 나는 "사람이 지난 날을 돌아보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오늘의 모습이 사람의 최선의 모습이다."라고 했더니, 아들 녀석도 "그런 것 같아요."하고서는 시험장에 들어갔다.


수능일이 다가오면서 나는 아이에게 "시험을 처삼촌 벌초하듯이 치라."고 자주 이야기 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잘하려 하지 말고 그냥 남일 하듯이 답을 쓰라고 말이다. 그 이유는 자기 능력 이상을 기대하면서 긴장하지 말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난생 처음해 보는 수험생 부모 노릇이라, 때로는 감정에 휩싸여 아이를 닥달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내 마음은 답답해도 그냥 믿어보자 하는 맘으로 보내기도 했는데, 전반적으로 큰 압박을 준 것은 아니라는 자평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이가 수능을 치러가는 시절이 되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느 날 "아들 리모컨 가져와." 하면 종종 걸음으로 웃으면 리모콘을 가져다 주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아빠라는 것이 다르고 아버지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 봤다.


이제 아이에게는 우유나 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운전면허증이 필요하고 여자친구가 필요하고 사회의 스펙이 필요한 아이가 되었는데, 나는 부모로서 그런 변화에 대비되었는가 생각해보면 딱히 그런 것은 아닌듯 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정도 생각이라도 하는 것이 다행인듯 하다.


그래서 어줍잖게 이것 저것 마음을 바로 잡아 보면서 먹어가는 나이에 적합한 옷을 잘 고르며 살아야겠다 싶다. 내일은 그렇게 준비하고, 어제는 최선이었다는 것을 믿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면 되겠다 싶다. 얼마나 알지는 모르지만 아들도 그것을 알고서 시험을 치러 들어가서 마음이 가볍다. 


오늘은 아들도 수험생이라는 짐을 벗는 날이고, 나도 수험생 부모를 지나 성인의 아비가 되는 문턱에 다가선 날이다. 이 날을 맞이하러 간 아들에게 고마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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