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예수님은 부활을 의심하고 완전히 믿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온 천하에 복음을 전하라고 당부하시고 얼마 후 하늘로 승천하셨다. 특히 복음을 전하라고 당부하실 때 많은 능력이 임할 것이란 말씀도 함께 하셨다. 뱀을 잡고 독을 마셔도 해를 받지 않고 병든 사람에게 손만 얹어도 나을 것이라 말씀하셨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수를 믿으면 마치 초능력자라도 될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신도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못한 그리스도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즉 육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육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직임이 아닌 그리스도가 전하라고 한 복음은 육신의 문제 해결을 복된 소식으로 전하라는 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걸 상식이라고 한다. 핵심은 역시 그리스도가 어떤 존재냐는 것이다.

 

예수님의 당부를 받은 제자들이 전한 복음의 핵심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그리스도, 곧 메시아와 구원자라는 것이었다.

 

그런즉 이스라엘의 온 집이 정녕 알찌니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행 2:36)

 

따라서 복음을 전함에 주어지는 능력 역시 이 맥락에서 봐야 한다. 독을 먹어도 상하지 않고, 손만 얹어도 병이 나을 것이란 말씀의 주된 목적 역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벗어나 높아지고 육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걸 하나님의 능력으로 또 성공으로 여기는 세상 가치의 기대가 이루어진 성과를 제시하는 성령의 능력으로 보면 안 된다는 뜻이다.

 

기독교인들은 복음을 전할 때 신앙을 가진 사람의 성공을 미끼로 삼는다. 교회에 다녔더니 사업이 잘되었다는 이야기,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는 세상에서 성공하고 잘나가는 어떤 어떤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는 기도로 병 고친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당신도 이런 기적과 혜택을 누리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라고 꼬드긴다. 그게 예수를 믿어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약간의 풍자로 채색되었긴 하지만 교회의 전도는 이렇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교회가 세상에서 높아지고 성공하는 걸 추구하기 때문이다. 독을 먹어도 상하지 않을 것이란 말씀도 이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다. 교회에 다닌다는 건 곧 세상이 겪는 어려움을 회피하는 증표와 뒷배가 된다는 약속으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이 전하라고 하신 복음은 그와 반대다. 세상의 가치관으로 볼 때 가장 낮고 천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이 세상의 성공을 담보하신다는 게 말이 되고 복음이 될 수는 없다. 그것도 사람의 보편적 한계를 넘어서는 기적을 수반한 성공과 능력을 주실 것이란 게 복음일 수는 없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는 그리스도로 거듭나는 게 복음이라는 걸 몸소 보이시면서 이를 전하라고 하셨지, 가난을 해결하겠다거나 초인적인 기적을 행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시지 않았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께서, 또 그의 제자와 사도들이 지금까지 전해 온 복음은 세상의 성공을 담보하는 성령의 능력이나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라 그리스도로 거듭나는 것, 그 하나다. 그리스도로 거듭난다는 건 곧 그리스도라는 생명이 된다는 것이고, 그리스도라는 생명이 되었다는 건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과 같은 본성을 가진다는 의미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성경이 나를 가리키는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우리의 삶이 성경 자체가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복음이다.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상고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거하는 것이로다(요 5:39)

 

우리의 삶이 성경 그 자체가 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모든 기독교인이 성경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한다면 이보다 더한 복음이 없다. 기독교인들은 세상의 성공을 목적으로 성경대로 살려고 하지만 늘 실패하는 데 반해 그리스도로 거듭난 사람은 그냥 살 뿐인데 그 삶 자체가 성경이 되니 목적과 세계와 구조와 가치관이 다르다. 그런데 이게 바로 복음이다.

 

이렇듯 성경이 다 이루어진 삶이 된다면 예수님의 약속대로 독을 먹어도 상하지 않을 것이다. 즉 세상 가치관 아래 살아도 하나님을 떠나는 악에 빠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손만 얹어도 병든 자가 분명 나을 것이다. 손을 얹는다는 건 삶의 행동이 하나님과의 관계에 이상이 생긴 병을 치료할 것이란 말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복음을 잘 생각해야 한다. 복음은 세상에서 성공해서 평안을 누리게 된다는 약속의 말씀이 아니다. 그리스도로 거듭난다는 말씀이다. 성경대로 거듭난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지는 그리스도며,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길 수밖에 없는 본성을 가진 생명이다. 늘 남에게 나를 내어주는 십자가를 지는 본성으로만 사는 존재다. 사람이 이렇게 되는 게 예수님이 전하신, 또 전하라고 하신 복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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