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꿈

Category : 김집사의 뜰/덕이의 신앙 이야기 Date : 2025. 11. 17. 15:09 Writer : 김홍덕

나는 가끔 집 가까운 카페에 와서 작업을 한다. 단순한 반복 편집 작업을 하기에 좋다. 대충 한 달에 3~4번 정도 혹은 그 이하다. 내가 자주 오는 카페는 동네에 있는 투썸이다. 여긴 딱 망하지 않을 정도의 손님이 있는 듯하다. 소란스럽거나 복잡하지 않다. 그리고 가운데 8인 회의용 테이블이 하나 있는데 다른 카페와 달리 여기에 혼자 앉는 걸 허용한다. 이상하게 그 자리가 불편하지 않다. 그리고 이 카페 옆에는 동네에서 나름 크고 아주 예쁜 교회가 있다.

 

오늘도 이 카페를 찾았다. 늘 그렇듯 손님은 반도 안 된다. 그런데 오늘은 비어있었지만 내가 늘 앉던 가운데 회의용 테이블이 아닌 벽 쪽의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그 옆에 우리집 막내보다도 한참 어릴 것은 같은 젊은이들 한 무리가 앉아 있다. 그리고 그들은 교회에 다니는지 신앙과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에는 가장 형으로 보이는 청년 한 명이 대화를 이끌고 있는 듯하다. 난 아들이 주고 간 노이즈캔슬링이 되는 이어폰을 끼고 있다. 그렇지만 대화를 듣지는 못해도 신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옆에 있다는 건 계속 관심을 끈다.

 

아마도 이들은 아직 그 신앙이 크게 성숙한 신앙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이들은 예수님께서 사람들 앞에 세운 아이처럼 순수한 신앙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거의 100%의 확률로 존재의 하나님에 관하여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걸 말하는 교회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비판이 목적이 아니지만 우리가 아는 교회는 대부분 존재가 아닌 행위와 규례를 가르친다. 행위와 규례 준수를 통해 하나님께 복을 받는다는 걸 설교하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건 틀린 신앙은 아니지만 그걸 전부로 알면 낭패인 신앙이다.

 

그런데 이 젊은이들의 기운이 나를 동하게 한다. “네가 읽는 것을 아느뇨?”라며 에디오피아 내시장에게 말을 건넨 빌립집사처럼 이들의 대화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다. 하지만 내 말이 아무리 선하다고 해도 원치 않는다면 재앙이 될 게 뻔하다. 새벽에 이웃을 큰 소리로 축복하면 저주로 들릴 것이라는 말씀이 나를 가로 막는다. 그렇지만 내 마음에 일어나는 소원은 억누를 수 없다. 이 복음을 처음 알던 날부터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일, 복음을 실컷 말하고, 기록하고, 전하는 것.

 

이제 청년들은 갔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도 안 되는 일, 어쩌다 수익이 생길 방법이 없을까 궁리해 봐도 그럴 가능성은 단 “1”도 없는데, 그렇다고 나의 경제활동이 큰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라서 내 마음에 복음을 전하는 마음이 아무리 꿀떡 같아도 정말로 말 그대로 현실의 한계를 늘 느낀다. 그랬다. 그런데 오늘 당장 나를 용기 백배하게 할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이어폰을 끼고서 굳이 듣지 대화를 듣지 않았음에도 청년들이 하나님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크게 동했다.

 

사실 주일날 교회에 가서, 또 일상에서 찬송이나 성경 구절을 대할 때마다 내 마음에 찔림이 있은 지 제법 오래 되었다. “나의 영원하신 기업 생명보다 귀하다~”라고 찬송을 하자고 예배당의 PPT에 뜬 가사를 따라 부를 수가 없었다. 이건 정말 빙산의 일각이다. 모든 찬송가와 성경 구절이 현실을 핑계로 나에게 주신 기업을 힘겨워하고 있는 내가 자꾸 노출시킨다.

 

걱정이란 건 세상에 없고 단지 걱정하는 사람만 있듯이 주변의 사람들이 나의 힘겨움을 격려하는 객관적으로 분명한 현실도 내가 전하는 복음으로 투사하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목적이 하나님의 이 복음에 있는데, 이걸 위한 삶에 장애가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만든 세상에서 하나님이 주신 내 삶이 하나님이 정한 목적을 위해 사는 데 어떤 게 방해가 될 수 있겠나? 이 분명한 상식조차 나를 일으켜 세우기 힘들 정도로 태만한 상태가 아닌가 싶다.

 

그냥 말 속에 매몰되어 감상적으로 잠기기 전에 마음을 정리해 보자. 아직은 하나님에 대해 알아가는 청년들이었을 텐데 그래도 하나님을 믿는 마음으로 삶을 공유하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요나 같은 나의 모습을 들추었다. 아직은 그 동력이 부족하다고 핑계대고 싶다. 그래도 오래 전 꿈꾸다 잊어버린 나의 오랜 간절한 꿈을 다시 꿔보자. 정말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원 없이 하나님을 전하고 말하다 지치는 삶, 내가 그렇게 간절하게 꾸던 그 꿈, 오늘 어쩌다 다시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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