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는 기뻐하시지는 않았으나 백성들의 요구를 듣고 왕을 세우셨는데, 우리가 잘 아는 사울이다. '사울'(히브리어: שָׁאוּל)이라는 이름의 뜻도 '구하다', '간구하여 얻은 자'다. 말 그대로 백성들이 구해서 얻은 왕이 바로 사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이 사울은 선한 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반면교사의 교훈을 많이 남긴 왕이다.
그는 우선 화려하게 왕으로 세워지고, 예언도 하고 암몬, 블레셋 등의 이방 민족을 물리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로 사무엘이 도착하기 전에 성급하게 제사를 드리고, 모두 죽이라고 한 양과 소를 취하여 사무엘을 통해 하나님의 큰 질책을 받고,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울을 세울 때 하나님은 하나부터 열까지 관여하셨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사울을 버리셨다. 자기 손으로 세운 왕을 버리신 것이다.
사울 왕은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주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왜 이 사람이 그런 교훈을 주는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순종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님께 버림받는다는 분명한 교훈을 주지만, 하나님께서 선택하고 기름 부은 사람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사무엘 상 9장부터 나오는 사울이 왕이 되는 과정을 보면 하나님께서 정말 세밀한 부분까지 관여하셨는데, 그런 사울의 타락에 대해 경고나 용서나 미리 알려 주시는 일 같은 건 없었다.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와 간음한 다윗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신 일과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무엘이 사울을 볼 때에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보라 이는 내가 네게 말한 사람이니 이가 내 백성을 통할하리라 하시니라 (삼상 9:17)
성경에 나오는 여러 인물과 많은 사건은 분명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선한 교훈을 주는 일과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우리가 사울이나 솔로몬 같은 인물에게 의구심을 가지는 건 그 사람 전체의 인생에 나 혹은 어떤 사람의 인생을 대입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사울이나 솔로몬을 한 사람이 하나님 앞에 선택받고서 타락하는 일을 투사하는 것으로만 보기 때문이란 뜻이다.
그러나 아담에서 예수 그리스도까지 모든 인물과 사건은 오늘 우리 한 사람이 그리스도로 거듭나기까지 겪게 되는 자기 내면과 영혼의 조각들이다. 각 사람의 인생 전체에 속한 일이다. 그러니까 사울의 일생은 우리가 그리스도로 거듭나기까지 여정 속 내 안에 있는 한 모습이고, 반면교사로 삼을 하나의 일이며, 우리가 그리스도로 거듭나기 위해서 비워내어야 할 우리 자아 중 하나의 모습인 셈이다.
성경의 인물과 사건은 내 인생과 자아 속이 있는 작은 부분 부분들이다.
사울이 왕이 되었다는 건 성경의 기본적인 기조와 온도가 다른데, 이건 우리 안에 사울의 월등함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낮은 자를 부르고 선택하여 높이시는 분인데, 이미 남들보다 어깨가 하나 더 있을 정도로 남다른 조건을 갖춘 사울을 부르심은 우리 안에 남보다 잘한다 싶은 일로 하나님을 섬기는 마음에 관한 교훈이다. 물론 사울이 주는 교훈이 이뿐만은 아니겠지만, 왕으로서 사울의 모습은 자기 세계의 왕으로 살아가는 우리 안에 그런 마음, 일면 교만이라 할 수 있는 마음을 다스리는 교훈이고 거울이다.
사울이 하나님께 버림받는 과정을 이야기할 때 더 자세히 나누겠지만, 사울은 하나님보다 앞서 하나님을 섬기려 했다. 말년에 악령에 시달릴 때 무당을 찾아가 죽은 사무엘을 불러 달라고 하기는 하지만 타락한 왕들처럼 하나님 아닌 이방신을 섬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좋게 해석하면 사울은 하나님보다 더 하나님을 위했다고 미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은 은근히 우리 신앙인들 안에도 있다. 살아가면서 알게 된 남들보다 잘하는 일에 의를 가지게 된다. 찬양을 잘하는 사람들은 찬양이 하나님 섬기는 일에 최고봉인 양 행동한다. 물론 말은 그와 다르게 하지만, 태도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게 행동한다. 물론 찬양하는 사람만 그런 건 아니다. 교회학교 교사는 교사대로, 주차나 주방 봉사하는 사람은 또 그 일로. 다른 것 볼 거 없이 교회 예산 배정할 때 보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사울 왕은 우리에게 하나님보다 더 하나님을 위할 것 같은 나의 경쟁력에 대한 거울이다.
우리는 그렇게 자기가 잘하는 일로 하나님을 섬기되, 하나님보다 더 열심일 때가 많다. 이런 마음이 우리 안에 있다는 걸 사울 왕의 일생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정말로 우리 안엔 이런 마음이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로 거듭나서, 말씀대로 살기 위해서는 이런 마음을 비워내야 한다. 우리 인생의 한 마디에 사울이 있다. 성경은 우리에게 그걸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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