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02. 한나의 기도

(1장)

사무엘의 어머니는 한나다. 한나(Hannah)라는 이름은 '은혜', '은총', '호의'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고, 히브리어 어원으로는 '헤나(חַנָּ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한나의 남편은 엘가나라는 사람으로 한나 외에도 브닌나라는 아내가 있었다. 브닌나는 자식이 있었지만 한나는 없었다. 하지만 남편 엘가나는 한나를 더 사랑했다. 그래서 한나는 ‘아들’을 달라고 기도했다.

 

한나의 기도는 출산하지 못한 여자의 흔한 기도처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육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말씀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 앞에서 여자와 같고, 그리스도의 신부다. 그리고 아들은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이 된 자신의 새로운 생명, 곧 거듭난 생명이다. 그러니까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의 아들을 낳아야 한다. 즉 하나님의 아들인 그리스도로 거듭난 삶을 얻어야 한다. 성경 속 여인들이 아들을 낳는 게 존재의 목적처럼 그려진 건 육신의 성별로 여자의 운명 같은 걸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라, 사람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거듭난 생명을 얻어야 하는 존재라는 걸 말씀하심이다.

 

한나의 기도는 하나님 아들이 되기를 바라는 우리의 기도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한나에게 아들을 주시지 않았다는 언급이 있다. (삼상 1:5) 결국 사무엘을 낳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간 고의로 주시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성경의 흐름 상 한나가 아들을 주시면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서원(삼상 1:11)한 후 사무엘을 낳았으므로 하나님께서는 하나님께 드려지는 아들, 즉 온전한 하나님의 아들을 원하셨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하나님께 산 제사를 드리라”라는 말씀을 생각해 보면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이 된 거듭난 생명은 당연히 하나님께 드려지는 존재다. 진정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삶을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한나를 통해 표현되었다 할 수 있다.

 

한나의 서원대로 아들 사무엘은 하나님께 드려졌다. 인신공양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의 이름 ‘사무엘’은 ‘하나님께서 들으셨다’, ‘그의 이름(정체성)은 하나님이다’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존재로서 누구나 자기 존재의 목적을 구해야 하는 사람으로선 하나님의 뜻인 사람을 창조하신 목적대로 사는 삶으로 거듭나야 하므로 사람이 구해야 하는 바를 하나님께서 들으셨다는 뜻이 사무엘이란 이름에 내포됐다. 또 우리는 하나님의 뜻과 하나가 되어야 하는 존재로 하나님이 거하시는 곳을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하듯이 하나님의 뜻대로 거듭난 우리 삶의 정체성은 곧 하나님 이름대로의 삶이다.

 

사무엘은 우리가 하나님께 얻어야 하는 하나님이 뜻한 정체성과 삶

 

하나님께서는 한나의 기도와 성취로 우리가 영적으로 하나님께 무엇을 구해야 하는 지를 말씀하신다. 또 사무엘이란 이름을 통해 우리가 구한 아들 곧 하나님의 말씀으로 거듭난 생명이란 걸 말씀하신다. 그러니까 한나의 기도는 아들 없어 구박받는 한 여인의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사람, 모든 인생의 기도다. 그리고 그 기도가 성취되어 얻은 새 생명인 하나님 아들 그리스도로 거듭난 생명이 어떤 존재이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놀랍게도 이런 한나의 기도와 사무엘의 태어남은 우리가 무엇을 기도하고, 간구를 통해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모두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아들을 달라는 한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이른 바 주기도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땅과 같은 사람을 향해 정하신 뜻이 우리에게 이루어지기를 구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기도와 같은 걸 구하는 기도다. 생각해보면 예수님께서 단 하나의 기도만 가르쳐 주셨는데, 그건 당연히 그게 기도의 전부, 우리가 하나님께 구해야 하는 단 하나의 간구이기 때문이다. 아들을 달라는 한나의 기도는 주기도문의 취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우리는 아들을 얻기 원하는 한나의 기도를 육신으로 여인이 아들을 얻기 원하는 기도로만 보지 말고 우리 자신이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정한 모습인 하나님 아들이 되기를 간구하는 기도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는 그렇게 기도하여 사무엘을 얻어야 한다. 즉 하나님의 아들로 거듭나야 한다. 이건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목적이고,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해야 하는 단 하나의 기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