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은 사사기 이후 사무엘로부터 사울왕의 죽음까지 100년에서 150년가량의 역사를 기록한 성경이다. 저자는 사무엘로 알려져 있지만, 사무엘상이 끝나기도 전에 사무엘의 죽음이 나오니까(25장)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의 이름이 사무엘 상하라는 건 사무엘의 관점에서 본 기록이라는 의미로 보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성경은 결국 ‘그리스도는 누구인가?’를 우리에게 전하는 말씀으로 우리가 모두 그리스도라는 생명 본성으로 살기를 바라시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로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기록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런 관점을 세상의 모든 책의 주제를 ‘착하게 살자’로 요약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성경은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창조한 목적을 말씀하시는 책이고, 그 목적을 그리스도 예수께서 보여 주셨기 때문에 그게 유일한 관점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무엘서와 열왕기서 그리고 역대기와 같은 역사서, 그것도 대부분의 인류에겐 다른 나라의 역사서인 성경 속 역사를 보는 관점은 어떠해야 할까? 이 역사서들은 오늘 나에게, 그리스도의 본성과 성품으로 살아가야 하는 나에게 어떤 말씀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하고 본다면 몇몇 해석과 이해에 어려운 구절과 사건들을 상세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바르게 읽고 듣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역사서를, 또 사무엘상을 보는 두 가지 큰 관점을 제시해 본다면, 하나는, 우리는 모두 자기 세상의 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경은 역사서뿐 아니라 모든 말씀을 ‘나’라는 한 개인이 그리스도로 거듭나고 살아가는 여정에서 겪게 되는 일과 생각들의 구성이라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은 모두 왕이 아닐 뿐 아니라, 왕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도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극소수인데 왕의 역사로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건 요즘 표현으로 전혀 고객 중심적이 않은 게 아닌가라고 시비를 걸 수는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 세계의 왕이다. 성경은 나의 이야기고, 나는 내 세상의 왕이라는 걸 인지하고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이라고 이해하기 힘든 대부분의 왕의 이야기와 때로 ‘이게 성경 속 선한 사람들의 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다. 예를 들어, 신접한 여인이 죽은 사무엘을 소환하는 이야기나 신앙인은 물론 세상 사람에게 좋은 왕으로 인식되는 솔로몬의 타락이다.
교훈으로 삼기에 뭔가 깔끔하지 않은 이런 이야기나 사건들은 하나씩 파편화 해서 그 이야기 속에 나의 신앙과 인생을 다 넣으면 상당히 어려운 말씀들이 된다. 하지만, 그리스도로 거듭나기까지 나의 모든 여정과 속사람의 과정 속에서 그 일들을 보면 모두 내 안에 있었던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성경 전체가 그리스도로 거듭나는 나의 이야기라는 걸 인식하면, 성경 속 여러 사건들이 모두 내 안에 있고, 그런 일들이 결국 그리스도로 수렴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거시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 이런 관점들은 비단 사무엘서에 적용하는 관점이 아니라, 성경의 여러 역사와 사건들을 그렇게 봐야 하는 관점이다.
그럼 이제 사무엘상 말씀을 통해서 나의 세계에 왕으로 살아가는 나의 심령에는 어떤 일들이 있어 그리스도로 거듭나고, 그리스도로 살아가게 되는지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