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치

Category : 김집사의 뜰/복음 담론 Date : 2013. 5. 22. 10:36 Writer : 김홍덕

사람들은 굳이 신앙이 없더라도 삶을 살아감에 있어 스스로를 낮추라고 하고, 또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그리고 신앙안에 들어오면 하나님께 순종하라고 하고, 또한 겸손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울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지간한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라 생각이 된다. 그게 쉬울 것 같으면 달리 자주 들을 일도 없을테니까?


그렇다면 과연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낮아질 수 있을까? 하나님의 말이라면 그저 순종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럴까? 그건 아니다. 그것을 그럴수 있다고 여긴다면, 아니면 나는 그럴수 있다고 한다거나, 그러는 것을 봤다고 한다면 그것은 다 신념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사람은 그렇게 순순히 자신을 낮출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살면서 세상적인 성공을 꿈꾸거나 어떤 바람이 있지 않았다. 다만 예수 믿는 것 그것 하나에만은 열심이었는데, 이유도 몰랐다. 어쩌면 세상에서는 경쟁력이 없으니 교회에서라도 잘난 인간이 되어보자 싶어서 그랬을수도 있겠다 싶다. 여튼 이유가 어떤 것이든 그것 역시 잘 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고, 또 예수 믿는 세월이 늘어나면서 신앙에 대한 몰입도는 점점 높아져갔다. 그러면서 마음에 생각하기를 '예수 믿는데, 이 귀한 예수 믿는데, 돈이 없으면 어떻고, 사는게 힘들면 무슨 상관이냐?'라고 생각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은 다 만용이다. 인생이 육신을 입고 있는 이상 형편이 어려우면 모든 것이 다 어려워진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예수 믿는 세계에서도 자신감이란 부질 없는 만용이다 싶다. 살면서 이런 저런 일 겪다 보니, 사람이 하나님을 믿는 것도 자기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 싶고, 돈 없으면 무슨 상관이냐? 외치던 것도 다 의지의 산물이었다. 물론 나는 그런 의지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한마디고 예수 믿는 것도 내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사람이 스스로 그 마음을 낮추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하나님께서 낮추시는 것이다. 마음을 비운다고 하지만 실상은 빼앗기는 것이다.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꺽이는 것이다. 다만 그런 하나님의 경륜 앞에 내가 순종하느냐 아니냐 하는 것 그것 뿐이다. 그리고 그 순종마저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어쩔수 없어서, 인간이라는 육신의 한계에 갇혀 있는 그 어쩔수 없음으로 인하여 순종하는 것이다.


알고보면 삶이라는 것의 시작이 그러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의 모양을 선택하거나 계획하여 삶으로 들어온 이가 없지 않는가? 그러므로 삶이라는 것 그 전부가 어쩔수 없이 순종하고 살아야 하는 선택의 여지 없이 강제된 것이다. 그러니 그 안에서 아무리 스스로 어떤 것을 내려놓고 버리고 낮춘다 해도 다 돗단배 안에서 돗에 부채질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 우리의 삶은 시작과 끝에 이르는 전부다 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지고 경영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삶을 평안히 살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주어진 삶에 순종하는 것이 순종이고, 삶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 평안이 있다. 존엄성? 그런 소리 필요업다. 진정한 존엄성은 존재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지, 내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이 존엄성이 아니다.


삶의 가치는 바로 그런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삶을 어떻게 화려하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그 화려함이 영적인 성공이라 해도 그것이 본질이 아니다. 삶의 가치는 무엇을 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정체성, 그 시작과 끝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강제로 된 것 같아도, 그것에 가치가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렇듯 선택의 여지도 없고, 하나님께서 빼앗고 낮추시는 것 그 자체, 그런 경륜의 과정 그 자체에 가치와 존엄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삶을 바로 아는 것이다. 알고 보면 내가 빼앗기는 것은 내가 삶의 주인되러 해 보려는 것 의지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그것이 주를 위한 것이라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사울 왕이 어디 바알에게 제사 드려 하나님께 버림 받았는가?


인생의 가치는 바로 그런 것이다. 하나님께서 나의 의지와 선택과 무관하게 삶을 주셨다는 것, 그것도 한계로 가득한 육신의 삶을 주셨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마음을 비우고 하나님을 섬기는 것 그것 조차도 내 의지로 안된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삶이 그러하다는 것, 아니 삶이 가치로운 것은 그렇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인이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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