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

Category : 김집사의 뜰/십자가의 삶 Date : 2024. 1. 30. 06:30 Writer : 김홍덕

십자가를 지는 삶은 어떤 것일까? 앞서 십자가를 지는 삶은 우리 삶의 사소한 부분, 흔히들 말하는 디테일 속에 있음을 언급했다. 오늘은 그 처음 시간으로 공기처럼 우리 일상에 스며 있는 삶의 한 요소가 십자가를 지는 삶이란 걸 이야기하려 한다. 바로 <심부름>이다.

 

심부름은 육신의 수고를 대신 시키는 것이다. 그 육신의 수고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사사로운 일에서부터 생존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모든 수고의 공통점은 육신을 내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부름은 육신을 가진 존재들의 세계와 사회에만 있다. 말로 다 되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같은 곳에서는 굳이 심부름이 필요 없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기적과 능력을 숭배한다.

 

심부름은 육신을 내어 주는 것

 

심부름은 누가 육신의 수고를 감당할 것이냐의 문제다. 심부름을 시킨다는 건 내가 감당할 육신의 수고를 남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반면에 내가 심부름하거나, 혹은 내가 직접 한다면 내 육신을 내어 주는 것이다. 이게 아주 작아 보이지만 육신을 십자가에 내어 주신 예수님과 같은 모습이다. 다만 심부름과 같은 작은 하나의 행동도 자기 본성이 이끄느냐? 아니면 보답으로 또 보상을 목적으로 행동하느냐는 다르다. 겉으로 보기엔 같지만, 속 사람의 생명은 전혀 다르다.

 

십자가를 진다는 것도 결국 육신을 내주는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이 나를 구원하셨으니,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렇게 해야지'라는 맥락의 생각으로 노력하고, 신념으로 자기 육신의 행동을 끌어내는 게 아니다. 그건 성경을 행위로 지키려는 사람이다. 충분히 심부름시킬 만한 작은 일에도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육신의 수고를 감당하는 게 그리스도의 본성에 이끌려 십자가를 지는 삶이다. 집에서 물 한 잔도 '심부름시키지 말고 내가 가서 먹자'라는 생각 없이 그냥 가서 먹는 게 그리스도의 본성으로 사는 삶이다.

 

물 한 잔 먹는 일도 육신의 수고를 스스로 감당하고, 남의 수고를 감당하는 것, 이것이 그리스도의 본성이 이끄는 십자가를 지는 삶이다.

 

사람들 사회에서는 육신을 사용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낮은 존재다. 예로부터 빚을 지면 육신으로 속량했다. 그게 종이란 신분의 근원이다. 예수님께서 세상을 섬기러 오셨다고 하신 건, 육신을 세상에 내주므로 세상이 하나님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물 한 잔도 끼니때가 되면 밥 먹는 게 당연하듯, 자기가 하는 게 당연한, 완전한 본성으로 자기 육신으로 수고를 감당하는 삶을 사는 것, 이게 그리스도로 거듭난 본성으로 십자가를 지는 삶이다. 이게 작아 보여도 이 하나가 없다면 거듭난 게 아니라 말할 수 있다. 본성은 습관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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