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신앙과 삶의 성장과 해결을 위해서 하나님께 간구하고 기도합니다. 지금 당면한 삶의 어려움이나 신앙의 시험과 갈등이 해결되기를 바라면서 하나님께 간구합니다. 이건 신앙의 근간에 속하는 지극히 당연하고, 좋은 모습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이런 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한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우리의 문제와 소망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께 의지하는 관점에서 신앙, 그 중에서 기도와 간구를 조명합니다. 문제를 마주한 사람은 언제나 간절하고, 소망 또한 간절하기에 이것이 신앙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즉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 = 인생의 문제를 하나님께 의지하는 것>이라는 공식이 확립되어 있고, 이것이 신앙의 본질이 되어 있습니다.
이건 아주 보편적이어서 아주 당연하고, 은혜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것이 신앙의 기본 구조라면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시고, 그 사람에게 늘 문제를 주셔서, 그 신앙을 시험하는 하나님이라는 구조를 부인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메커니즘을 역으로 보면 하나님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램프의 요정처럼 사시는 신이 됩니다. 실제 많은 신상인들의 행태는 하나님을 이렇게 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성경을 읽고, 설교를 듣는 과정에서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라는 것입니다. 순종의 방향은 사람이 하나님께 문제를 간구하는 방향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생각과 계획이 사람에게 투사되는 방향입니다. 이건 완전히 다른 것인데, 문제는 이것이 올바른 신앙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간구하여 하나님을 움직이는 게 정방향이 아니라 극단적으로 보면 사람의 상황이 어떻든 하나님의 뜻이 사람에게 이루어지는 게 정방향입니다. 다만 여기서 하나님은 이걸 사람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하시지 않고, 사람이 스스로 순종할 수 있도록 하셨다는 것이 절대적인 차이입니다.
이렇듯 하나님의 뜻이 사람에게 이루어지는 것이 온전한 신앙이라면 우리가 만나는 문제의 해결 방법도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사람에게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님과 사람의 온전한 관계라는 것을 알고서도 반대로 사람이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여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신앙이라고 주장하는 건 모두 간사함입니다. 사람이 문제를 만났을 때 해결을 간구하는 게 온전한 신앙이 아니라 순종하는 것이 온전한 신앙이라는 뜻입니다.
이건 우리가 문제를 만났을 때 하나님께 간구하는 것이 잘못된 신앙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가 구해야 하는 게 무엇이냐의 문제입니다. 내가 원하는 해결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을 신뢰하고 그 경영의 진행에 순종하는 마음을 구하는 것이 더 온전한 기도와 간구임을 상기하는 것입니다. 이건 기도와 간구에 관한 다소 새로운 견해가 아닙니다. 믿음의 선진들과 예수님의 기도가 그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간구하면 주신다’라는 말씀에만 주목하고 있어서 선진들과 예수님의 모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윗은 밧세바와 간음하여 얻은 첫 아들이 죽을 것이라는 선지자 나단의 말대로 아들은 아팠습니다. 그때 다윗은 식음을 전폐하고 아들을 살려달라고 기도했지만, 정작 아들이 죽자 몸을 단정히 하고 음식을 먹었습니다. 사람이기에 아들을 위해 전력으로 기도했지만,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일에 완전히 순종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는 기도를 모르는 신앙인은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과 다윗의 모습은 모두 간구가 본질이 아니라 순종이 본질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문제를 만날 때, 그 문제의 해결을 하나님께 간구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님께 문제를 의지하는 걸 믿음과 신앙의 근간과 목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신앙이 여기서 머문다는 것입니다. 이걸 신앙의 본질로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시고 경영하시는 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를 통해 그 성품을 표현하시기 위함입니다.
물론 많은 이들이 하나님께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시면 사람들이 그 능력을 보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믿게 된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일반적인 기독교 신앙이 가진 가장 큰 오해 하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통해 표현하시고자 하는 건 위대함이나 능력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하나님 안에 있는 겸손하고 낮은 마음으로 섬기고 사랑하는 성품입니다. 사람을 통해 표현하려고 하신 것이 능력이라면 사람을 이렇게 연약하게 창조하실 이유가 전혀 없다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신앙인들은 기적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사람들은 기적을 인해 하나님을 믿지 않습니다. 암을 치료하는 기도원이 있다면 암을 치료하러 가지 사랑과 겸손을 표현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얻으러 그 기도원에 가지 않는다는 걸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영적인 분별입니다. 그러니까 인생의 문제 해결, 그것도 이 세상에 흔하지 않은 놀라운 능력과 기적으로 해결되는 게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것도 우리 신앙의 근간도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신앙은 잘 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인생의 문제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그 해결을 기대합니다. 건강이 좋아지지 않으면 건강의 회복을,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원만한 해결을 기대합니다. 자녀에게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자녀가 다니엘과 요셉처럼 되기를 간구하면서도 다니엘과 요셉의 고난은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신앙의 본질이 아니라는 건 잊으면 안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찬양처럼 실수도 하지 않으시는 완전하고 온전하신 하나님, 전지전능한 하나님입니다. 그런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내 인생의 모든 장면들은 하나님께서 나를 창조하셔서 인생을 부여하신 때부터 뜻하신 계획들의 진행입니다. 목적은 나를 통해 하나님께서 사람(the Man)을 창조하신 목적을 이루시기 위해 경영하시는 일들임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겸손하고, 낮은 마음으로 섬기는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겠다는 그 창조의 목적 아래 내 인생에 여러 일들을 경영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생의 문제를 대할 때 해결은 목표나 목적이 아니라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목표이자 결론인 목적은 오직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이 나에게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걸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간구의 목적은 해결이 아니라 순종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 순종이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간구가 성취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체념 혹은 타협적인 순종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흔한 말로 정신승리지 순종이 아닙니다.
문제의 해결은 수혜자가 사람입니다. 순종의 수혜자는 하나님입니다. 우리가 순종하므로 은혜와 복을 얻는 것은 하나님과 같은 마음을 가졌을 때입니다. 문제의 해결은 하나님께서 램프의 요정의 지위에 있지만, 순종은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성취되는 주권자가 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거룩하게 되고 영광을 얻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순종하는 사람은 하나님과 하나, 심령에 하나님이 거하시니 그 은혜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문제의 해결과 순종은 이렇게 다른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많은 문제들 가운데 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사는 동안 떨치지 못한 결핍이나 갈등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문제가 해결되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부수적인 것입니다. 본질과 근본은 하나님께서 나를 향해 세우신 뜻, 낮고 겸손하고 사랑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표현하겠다는 경영 속에 내가 속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본분은 <순종>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목적을 가지고 나를 창조하신 창조주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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