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나오는 화평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샬롬(שָׁלוֹם, Shalom)입니다. 우리 신앙에서 너무 유명한 단어기 때문에 굳이 헬라어인 에이레네(εἰρήνη)를 사용하지 않고 익숙한 샬롬으로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참고로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이후에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평안은 에이레네(εἰρήνη)입니다.
평안은 다툼이나 갈등이 없는 상태를 말하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향해 가지신 뜻, 더 상세히는 사람을 창조하신 목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왔으므로 목적을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목적을 기준으로 평안을 정의하면, 평안은 ‘목적이 달성된 안정된 상태’를 말합니다. 산업계에서 공장에 있는 크고 복잡하며 때로 위험할 수 있는 기계들이 비록 굉음과 열을 내고 있어도, 설비를 운전하는 목적과 의도대로 돌아가고 있으면 ‘안정적인 상태’라고 말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샬롬, 즉 평안이 바로 이런 의미의 말입니다. 삶의 조건이 거칠게 요동칠지라도 창조주의 목적대로 가동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안정된 평안 속에 있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선악과를 먹고 숨은 아담을 향한 “네가 어디에 있느냐?”라는 질문은 아담이 평안하지 않은 상태에 있음을 말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정한 자리를 벗어나서 하나님처럼 되려고 자기가 선과 악을 판단하는 존재가 된 아담에게는 평안이 없었습니다. 만족의 동산(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는 게 그 증거입니다. 또한 그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이 복이 없는 시절의 모든 사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화평케 하는 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므로 사람이 하나님이 정한 자리를 알고 그 자리로 돌아가는 화평, 곧 구원을 베푸셔서 이 복의 실체를 몸소 보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아래에 있던 백부장이 “그는 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이 이 일곱번째 복의 완벽한 실체입니다.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운명하심을 보고 가라사대 이 사람은 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막 15:39)
따라서 화평케 한다는 건 싸움을 말리고 중재하는 것과 같은 게 아닙니다. 사람을 하나님께서 정한 목적 안으로 인도하여 존재 목적이 달성된 안정된 평안(구원)을 누리게 하는 것입니다. 이 화평은 십자가를 질 때 끼칠 수 있습니다. 예수님처럼 내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면 그 모습을 보는 사람이 하나님께서 자기를 창조한 목적을 회복하여 안정된 상태가 됩니다. 그것이 화평케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를 통해 화평을 얻은 사람은 나를 향하여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아들을 만나지 못하는 구원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관계는 내가 평안을 얻은 사람의 마음에 하나님의 창조 목적으로만 채워지게 만듭니다. 마음이 청결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는 사람인 나에게서 하나님을 보게 됩니다.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다” 하신 말씀을 기억하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컫는 사람을 만난 것은 곧 하나님을 본 것입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은 이처럼 화평케 하는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구원의 법이 가진 본질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게 우리의 구원이므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화평을 끼치신 것이고, 우리는 그분으로 인하여 우리 마음에 하나님이 나를 창조한 목적으로 채워지는 평안과 청결한 상태를 얻었습니다. 그리하여 육신으로 오신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고 만나며, 또 그렇게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는 사람의 모습에서 비로소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님 나라, 곧 천국에서 가장 큰 복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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