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조하였듯이 사람들의 그리스도는 높아지는 자이자 사람을 높아지게 하고 또 하나님이 창조하신 사람 이상의 능력을 가진 자로 만드는 존재다. 반면에 하나님의 아들이자 하나님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이다. 사람들은 높아지는 그리스도를 앙망하지만 하나님의 그리스도는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 안에서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사형수가 되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이 전혀 다르다.

 

그런즉 이스라엘 온 집이 정녕 알찌니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 하니라(2:36)

 

십자가를 지러 간다는 예수님이 그렇게 낯설었던 베드로 사도의 설교다. 이 설교를 인하여 삼천 명이 세례를 받고 제자가 되었다는 유명한 설교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므로 그리스도가 되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였기에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는 것이며, 이전에는 높아지는 것이 그리스도라 믿었던 사람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믿었을 때, 믿는 사람에게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이 그리스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것은 모든 기독교 신앙, 성경을 경전으로 하는 모든 신앙의 뿌리 중의 뿌리요 근간 중의 근간인데 사람과 하나님의 생각이 이와 같이 다르다. 그리고 달랐던 사람이 높아지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낮아지고 낮아진 예수님이 자신의 그리스도가 되는 결정적 전환은 예수님의 말씀과 같이 성령이 오심으로 일어난 기적이다.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높아지는 것을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 중에 낮아지고 낮아져서 죄인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자신에게 그리스도가 되는 가치관은 생명이 바뀌는 거듭남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기에 이것이 성경에 나오는 가장 온전하고 위대한 기적이다.

 

또한 우리가 그렇게 신앙하며 지키고 살려고 하는 성경은 바로 우리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알게 하려 하심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지만 육신의 평안과 세상에서의 성공을 기도하고 있다면 그것은 착각이고 그들의 착각처럼 예수님은 육신의 문제를 해결해주시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것은, 그렇게 높아짐이 아니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가 바로 그리스도라는 것을 사람에게 알리려 기록된 것이 성경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중요하다. 어떤 존재를 그리스도 곧 메시아요 구원자로 인정하고 믿고 순종하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 높아지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가치관에 의해 죄인이 된 예수를 구원자로 보는 것과, 자신을 세상의 높은 곳으로 인도하는 자를 그리스도와 구원자로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기 신앙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이자, 성경을 기록한 목적이 자기 안에 이루어졌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며, 자신의 구원과 성령 강림과 충만을 결정하는 핵심적 기준이다.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20:31)

 

성경이 그렇게 수없이 말하는 거듭남과 하나님께서 생명으로 여기시는 거듭난 생명은 다름이 아니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자신의 구원자로 믿을 수밖에 없는 본성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안다는 것은 죄는 자신이 지었는데 벌은 예수님이 받고 그렇게 죄 사함을 받아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으니 창조주 하나님의 아들의 격에 맞게 세상에서 이긴 자가 되게 하시는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가치관을 가진 자들에 의하여 죄인이 되어 십자가를 지신 그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그 예수님만이 자신의 구원자인 생명이 되는 것이다. 그게 믿음이고 그것이 성경을 기록한 목적에 순종한 사람이고, 성경을 기록한 목적이 성취된 사람이다.

 

이 믿음과 순종은 단지 세상 사람들은 구세주로 인정하지 않는 예수를 자신의 구세주로 믿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그리스도가 다르다는 것은 구원을 받아야 하는 형편, 곧 수렁과 죄와 사망과 위험과 어두움이 다르다는 의미다. 세상의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아는 사람에게 구원을 받아야 하는 자리는 낮고 천하고 가난하며 실패한 자리다. 하나님께 그런 자리에서 벗어나기기를 기도한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세상의 가치관에 매몰된 사람들이 벗어나기를 바라는 그 자리로 가서 십자가를 진 예수님을 구세주로 그리스도로 믿는다는 것은 자신이 얻어야 할 구원은 가난이나 실패가 아니라는 고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없이, 아니 오히려 그것에서 벗어나게 하시는 이를 그리스도로 믿으면서 하나님이 생명으로 여기시는 생명으로 거듭났다는 구원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10) 도적일 뿐이다. 당연히 그것을 가르치고 설교하는 자들은 거짓 목자요 거짓 그리스도일 뿐이다.

 

낮아진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낮아지고 실패하는 것이 구원을 받아야 할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삶이 비참해지는 것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이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가난한 자는 항상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므로 보이신 구원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그것을 안다면 절대로 예수님의 이름으로 육신의 평안과 세상의 성공을 구하는 것을 신앙의 본질로 볼 수 없다. 예수님이 보이신 구원의 본질을 알고 나면 그런 것들은 다 예수님께서 보이신 구원의 삶을 살다보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본능으로 안다.

 

따라서 어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느냐는 단지 그리스도의 정체성에 대한 신학적, 종교적 이해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지배하는 원리의 문제다. 삶의 목적과 삶의 의미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삶이 실패로 가는 것에서 구원해 주시는 사람들의 그리스도를 믿는 대부분의 신앙인들의 삶에서 그리스도라는 정체성의 비중은 아주 낮다. 사실 비중의 어느 정도냐는 것, 얼마나 중하게 여기느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삶의 실패라는 상황은 이미 삶의 일부분이다. 그 부분을 벗어나는 것을 구원으로 본다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 역시 삶의 일부분이라는 증거다. 그것은 비중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은 하나님의 의가 육신으로 나타난 존재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 육신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사람에 대한 하나님의 의가 육신으로 나타난 존재다. 그래서 아들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것이 바로 이 법과 결을 같이 한다. 따라서 예수님은 사람의 존재 목적이 육신이 되신 분이다. 그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서 물과 피를 흘리셨다는 것은 육신이 된 말씀이 옥합이 깨어지므로 향유의 향기가 넘쳐나듯 육신이 깨어짐으로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가지신 하나님의 의와 뜻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향유옥합 사건은 복음이 전해지는 곳에는 항상 전해질 것이라고 하신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진정한 그리스도, 곧 하나님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이라는 의미는 십자가에 달리시므로 십자가로 갈 수밖에 없는 예수님의 본성이 하나님의 사람을 지으셔서 나타내고자 하신 하나님의 성품이라는 것을 나타내심이다. 즉 세상에서 이기는 것을 의로운 것으로 여기고 그런 사람의 의를 기준으로 선악을 판단하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그 의를 추구하려는 육신의 욕망에 뿌리를 둔 그리스도에 대한 사람의 그릇된 가치관이 하나님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을 정도로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임을 보이신 것이다.

 

그렇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의와 사람의 죄를 다 보이시니 그것을 본 사람이 찔림을 받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진정한 하나님의 아들, 곧 인생의 진정한 존재 목적을 가지신 분이라는 것과 세상의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던 자신이 하나님 앞에 죄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므로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고 자신은 죄인으로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그 고백을 이끌어낸 예수님의 말씀 곧 십자가에서 육신이 상하심으로 물과 피로 드러난 하나님의 의와 뜻이 생명이 되게 하시므로 사람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목적대로 사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그리스도가 우리를 구원하고, 물과 피와 성령으로 거듭난다고 성경이 말씀하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