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책을 보거나 뭐랄까? 교훈을 주는 말들 중에서 마음을 비운다고 하는 것이나 버린다고 하는 것, 또 낮아진다고 하는 것이 있다. 특히나 신앙 안에서는 낮아지고 버리고 비우는 것에 대하여 많이들 이야기 한다. 그건 아주 좋은 일이고 또 그렇게 된다면 훌륭한 사람이 되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물건을 찾느라 집을 뒤지는 때가 가끔 있는데, 그런 순간들을 잘 생각해보면, 그 때 하는 생각들이 있다. ‘이게 여기 있네?’, ‘이젠 이런 것 필요 없는데……’, ‘이런 것은 진작에 버렸어야 하는데……’ 같은 생각들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결론은 ‘언제 한번 싹 정리해야지!’하고 생각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또 같은 것을 찾느라 같은 곳을 뒤지고, 찾는 물건은 다른 곳에서 발견되고, 그러다 찾지 못하면 새로 사고, 사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또 무엇을 찾다 보면, 예전 것도, 새로 산 것도 다 있기도 한 그런 경우가 많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비운다는 것은 참 어렵다. 처음부터 잘 정리되고 규모 있게 살면 가지는 규모가 작아질 것이고, 그러면 굳이 버리고 비울 이유가 없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삶의 한 단면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버리고 비운다는 것은 이미 무엇을 가졌을 때 하는 생각이 아닐까 하는 궤변 같은 생각도 든다.
최근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삶을 많이 가볍게 해 가고 있다.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조만간 이사할 일이 생기게 되면 아주 작은 집을 구해서 가 볼까 생각도 하는 중이다. 그러려면 아마 적지 않은 살림을 정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컴퓨터들만 해도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게 삶을 가볍게 하는 일이라는 것은 불요한 것들을 하나씩 버리고 처분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그러는 중에 돌아보니, ‘참 불요한 것 많이도 가졌구나!’ 하는 생각과, 더 나아가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는 어디일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마음을 비우고 삶을 가볍게 하기 위하여 버리는 것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삶을 가볍게 하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가져야 할 이유가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내 마음에 불요한 것을 가지려 하는 이유가 버려지지 않은 채로 아무리 무엇을 버린다고 해도, 그것은 물건을 찾지 못해서 다시 사는 반복과 같이, 이내 또 채워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엇을 가지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목적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 목적을 위해서 어떤 것을 가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부담스럽지도 않고 거추장스럽지도 않고 오래 쳐 박아둘 이유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삶에서 버려야 할 것이 보일 때는 어떤 지난 날 나의 목적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어떤 것은 온전히 목적 아래 수명을 다해서 버려지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그 목적을 잘 이루어낸 삶을 얻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날은 온전치 못한 목적에 대한 교훈을 얻을지도 모른다.
또 우리가 목적이라 여기는 것도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부르심을 받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내가 어떤 것을 가지고, 구입하고, 만들고 한다면 그것은 큰 빚을 내어서 그렇게 한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나의 삶을 돌아보니 뭐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아서 많이 돌아보고 이렇게 마음을 기록해 둔다. 불분명한 목적 아래 내 삶에 들어온 생각과 물건들, 그 뿌리는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다 세상의 것이라 그럴 것이다. 요한 사도께서 그러셨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 때문이라고….
생각해보면 그 말 참 진실되다/ 마음에서 생각을 버릴 때와 삶을 가볍게 할 때, 그 버리는 대상보다, 내가 그것을 가졌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다 요한 사도의 교훈 아래 있는 것이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세상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필요 이상을 가지고 있다 버리는 것이다. 그게 돌이켜야 할 마음이다. 그러하기에, 버리고 비우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내 안에 가져야 할 어떤 이유가 있는지? 그리고 그 이유의 목적은 분명한지, 그것이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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