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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상) 28. 불순종의 그림자, 사울과 에돔 사람 도엑

김홍덕 2025. 9. 25. 09:32

다윗이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의탁했을 때 이를 목격한 사울의 목자장인 도엑이라는 에돔 사람이 사울에게 다윗의 행보를 밀고하고, 사울은 이 일을 빌미로 삼아 제사장 아히멜렉을 비롯해서 제사장의 에봇 입은 사람 85명을 죽인다. 이 일에도 도엑이 압장선다. 에서의 후손이 사울과 합세하여 다윗을 도왔다는 이유로 하나님의 제사장을 몰살시킨 엄청난 사건이 생긴 것이다.

 

제사장 아히멜렉이 제사장만 먹는 진설병을 다윗에게 주어 다윗을 도운 일은 표면적으로 보면 율법을 어긴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보면 온전히 하나님의 제물이 된 사람이야 말로 제사장의 음식을 먹는 사람이라는 하나님의 뜻을 순종한 일이다. 율법의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지킨 일인데, 사울이 볼 때 이 일은 다윗을 도운 일이자 자기를 대적하는 일이었고, 이 일을 빌미로 아히멜렉과 많은 제사장을 죽인다.

 

사울의 이 엄청난 범죄에 앞장선 사람이 있으니, 에돔 그러니까 에서의 후손인 이방인 도엑이다. 그가 어떻게 이스라엘 왕 사울의 수하가 되었는지 설명은 없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을 볼 때 가능한 시나리오는 전쟁 포로나 특정 분야 전문가로 이스라엘에 들어왔거나 개인적인 개종 정도다. 그러나 제사장을 죽이는 일에 앞장선 것으로 보면 개종하여 하나님을 믿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니까 이방인의 본성을 그대로 가진 사람이다.

 

사울은 누구도 자기를 돕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이 그랬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울을 돕지 않았다. 신하는 물론이고 아들 요나단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은 누구도 다윗에 맞서려 하지 않았다. 더욱이 제사장을 헤치는 일에 나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나님이 기름 부은 왕을 헤치는 일을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모하는 마음이 도울 리는 없다. 이건 일을 돕는 자가 있으니 바로 이방인이다.

 

사람이 생각할 때 사람은 근본적으로 하나님 믿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심지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악한 성품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성악설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셨다는 걸 믿는다면, 사람의 선택과 무관하게 사람은 하나님이 생각하는 선한 목적을 위해 창조된 존재다. 다만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뜻대로 살 것인지 아니면 자기 의를 좇아 살 것인지 스스로 정할 수 있게 하셨다. 그래서 순종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께 반응하는 양심을 묵살하는 게 불순종이다.

 

하나님의 성품을 표현할 목적으로 창조된 사람은 스스로 하나님께 순종하기로 했을 때 하나님을 온전히 섬길 수 있는 기본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안에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할 수 있는 양심이 있다. 이 양심의 소리를 가볍게 여기거나 거절하는 게 불순종이다. 하나님을 바로 믿기로 한다면 사람의 모든 역량과 삶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바로 여호와 이레.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은 세상을 더 사랑한다. 그렇게 결정한다. 그게 불순종이다. 또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일어나는 마음의 도전을 가볍게 여긴다. 도엑의 조상 에서가 그랬다. 하나님의 기업을 고작 밭죽 한 그릇에 팔아 버렸다. 그건 이방인의 마음이기에 에서는 이방인의 조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 마음은 자기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듯 하나님께 순종하는 마음과 삶을 괴롭힌다. 사울과 도엑이 제사장 85명을 죽인 것처럼.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치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속에 있지 아니하니 (요일 2:15)

 

우리 심령 안에서는 이렇게 끊임없이 이방의 가치관이 하나님의 의를 좇는 마음을 죽이려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이 싸움은 승리가 정해진 싸움이다. 내가 순종만 한다면. 사울이 죽인 제사장 이히멜렉의 아들 아비아달이 다윗에게 피하여 다윗의 제위 기간 동인 내내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으로 함께 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윗과 사울의 갈등 내면에는 순종하는 사람과 불순종하는 사람의 결말까지 말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