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집사의 뜰/복음 담론

하나님은 믿음을 주시지 않는다.

김홍덕 2025. 7. 7. 12:01

심심치 않게 '믿음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거나 기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기를 바라는 순전한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믿음을 주시는 신이 아니라 약속하시는 신이다. 믿음은 순전히 사람의 몫이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약속하시고, 사람은 그걸 믿느냐 아니냐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의심하는 기드온에게 믿음을 주면 간단한 일인데, 하나님은 믿는 건 기드온의 몫으로 두시고 약간의 기적을 행하시고 기드온이 믿기를 기다리셨다. 이건 비단 기드온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라 성경의 모든 일이 그렇다. 심지어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믿음을 주시진 않았다. 본을 보이시며 따라오라고 하셨다.

 

하나님은 믿음을 주시는 신이 아니라 약속하시는 신이시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성경은 약속이다. 오래된 약속인 구약성경(The Old Testament)과 새로운 약속이라는 뜻의 신약성경(The New Testament)으로 이루어져 있다.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에게도 믿음을 주신 게 아니라 내가 지시할 땅으로 가면 복을 주겠다고 <약속>하셨고, 출애굽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하셨다.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지시할 <>"도 애굽에서 종살이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에 나오는 <>은 모두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면, 즉 순종하면 복을 주신다고 약속하신 것이다. 그 약속을 믿고 순종하며 그 길을 가고 행하는 게 사람의 일이고 믿음이다. 믿음은 사람의 몫이다.

 

하나님의 약속은 사람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존재가 될 때 이루어진다. 그게 약속의 본질이고 모든 것이다. '지시할 땅으로 가면'은 하나님이 정한 자리로 가면 복을 주신다는 것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가면' 자유를 누릴 것이라는 게 하나님의 약속이다. 하나님이 정한 존재가 되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약속은 사람이 어떤 존재가 되어야 이루어진다.

 

하나님은 사람의 자리를 정했다.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정하셨다. 그건 사람을 창조하신 목적이다. 그게 사람의 자리고, 하나님이 지시할 땅이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하나님의 형상, 곧 하나님의 성품을 표현하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하나님이 지시할 땅, 곧 우리가 되어야 하는 모습이고, 삶이고, 존재다.

 

그곳은 젖과 꿀이 흐른다. 자유가 있으며, 하늘의 별과 같이 자손이 번성하는 곳이다. 사람은 하나님의 그 약속,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신 목적이 인생의 복이라는 약속을 믿고 살아가는 게 본분이다. 전지전능한 창조주 여호와 하나님의 성품을 표현하는 존귀하고 거룩한 존재가 되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약속이고, 우리는 그걸 믿고 순종하는 존재다.

 

사람은 스스로의 순종과 믿음으로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한 목적대로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렇듯 하나님과 사람 사이는 하나님이 약속하시고, 사람이 그걸 믿는 관계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신 목적을 정하신 후 사람을 창조하시고, 성경과 아들을 통해 말씀하시고서 사람이 그걸 믿기를 기다리시는 관계다. 믿음의 주권, 믿을 것인지 믿지 않을 것인지는 사람이 정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셨다. 그렇게 자발적인 순종이 아니면 그건 그냥 아바타나 로봇일 뿐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 하나님이 주신 약속을 믿으면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을 충성스럽게 여기신다. '착하고 충성된 종'이 바로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재밌게도 믿음과 충성은 헬라어로 어원이 같다. 약속하신 이를 믿는 게 믿음이고, 약속하신 이에게 그 믿음은 곧 충성이다. ('피스티스' (πίστις, pistis) - 믿음, 신뢰, 확신 vs. '피스토스' (πιστός, pistos) - 충성된, 신실한, 믿을 만한)

 

하나님은 약속을 주고
사람은 그걸 믿고
그 믿음을 충성으로 여긴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나님을 더 잘 믿고 싶어 해야 한다. 그렇지만 믿음은 전적으로 사람의 몫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을 믿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 길을 순종하며 가는 것, 이것이 믿음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우리가 믿음을 가지는 데 필요한 모든 걸 주셨다. 심지어 아들을 보내셔서 십자가에 들리게까지 하셨다. 하나님은 모든 걸 하신 것이다. 남은 건 사람이 그걸 믿느냐, 아니냐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