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성경) 결론은 거듭남
회색 성경이라는 아주 생소한 단어로 제목을 정하고, 그래도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도전을 받았던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왔다. 대충 정리하면 선악과와 천지창조에서 재림과 부활까지 다루었다. 굳이 말하자면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이야기한 셈이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성경 전부를 깔끔하게 설명했다는 뜻은 아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 언급한 세 가지 말이 있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 <방 안의 코끼리>, <낭패를 당하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은 우리가 성경과 하나님을 믿는 신앙 안에서 흐릿하게 믿고, 큰 문제인 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괜찮을 거라고 믿고 기대하는 신앙은 나중에 큰 낭패를 당할 것임을 경고하는 말들이다.
실제로는 더 많은 해결되지 않은 의문과 흐릿하고 경계가 없거나 경계가 허물어진 교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 다 다룰 수는 없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다룬 주제 모두를 관통하는 교리 혹은 개념 아니 신앙이 있다는 그건 바로 <거듭남>이다. 말씀대로 거듭난 사람이라면 여기서 다루지 않았고, 또 지금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시대에 따라 어떤 게 새로운 문제가 된다고 해도 생명으로 난 이상 더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야 성경을 온전하다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어떤 생명이 되기를 바라시는지를 분명하게 알면 성경은 참 단순하고 명료하다. 세부적으로 우리가 알기 힘든 성경에 나오는 인물과 사건들은 모두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말씀하시고자 하는 사람 창조의 목적, 곧 하나님의 의와 뜻의 설명과 표현이다. 당연히 하나님의 의가 육신이 되면 그 하나님의 모든 의도가 이루어진 사람이 된다. 이게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이게 거듭남이고 구원이며 복음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많은 의문과 불확실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건 분명 정상이 아니다.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의와 뜻은 단 하나고 그 하나는 복잡하지도 않으며 예수님께서는 그 짐이 쉽고 가볍다고 하셨으며 또한 인생의 길과 빛이며 생명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분명한 복음을 들고 신학이다 교리다 하며 어려워하는 건 섭리나 이치에 전혀 맞지 않다.
성경이 이렇게 복잡하고 의문투성이가 된 건 성경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까 성경이 어렵다거나, 하나님께서 뜻을 숨기시고 사람이 하기에 따라 조금씩 적선하듯이 알려 주시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 그런데 사람은 성경을 어려워한다. 문제는 사람이다. 사람이 성경과 하나가 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성경과 사람이 하나가 된다고 하니 별스러운 거 같지만 말씀이 육신이 된다는 게 바로 이 말이다.
우리의 표상이신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셨다는 건 우리 역시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님처럼 말씀이 육신이 된다는 게 바로 물과 성령으로 거듭난 새 생명이다. 이렇게 거듭난 새 생명은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이 된 사람이므로 성경의 모든 말씀이 자기 안에서 생수처럼 흘러넘치는 사람이다. 의문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성경대로 살지 못하는 자기를 인하여 고민하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거듭난 사람은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기 신앙에 모순적인 요소가 있다면, 예를 들어 거듭났다면서 끊임없이 회개한다거나 성령이 오시면 알게 된다고 하신 성경을 학문으로 공부하고 있다면 거듭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렇지만 이걸 인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예수를 오래 믿었을수록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오랜 시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안고 살았다는 걸 돌아봐야 할지 모른다. 아니 그게 정상이다.
우리는 거듭남을 교회에 출석하면 얻는 것으로 여기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거듭남은 교리문답 시간에 "예"라고 대답한다고, 초신자 교육 때 머리로 이해했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렇게 거듭났다고 믿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행여 자기 구원이 없어질까 염려하기도 하고, 자기의 어떤 행위로 인해 하나님께 벌을 받아서 하는 일이 어려움을 겪지나 않을지 염려한다. 그러니까 확신이 부족하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생명이 바뀌었다면 염려하지 않는 것들이다. 자기 생명이 바뀌어 이전과 다른 본성으로 살아가는데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노력하고 공로를 쌓고 그런 노력의 실패로 인한 징계를 두려워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생명이 바뀌었다면 이전 것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자주 비유한 대로 늑대가 양으로 거듭나면 고기가 뭔지도 모르고 살아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말씀(물)과 성령으로 거듭났다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뜻이다.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며 사는 사람이 되었다는 건 거듭난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이 명확한 상식적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 새 생명으로 거듭난 하나님의 아들이라 할 수 있고, 의문 없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