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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성경) 사탄과 마귀 (1) - 사탄이란?

김홍덕 2025. 5. 25. 23:07

사탄이란?

사탄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신앙적으로 시험에 빠지게 하고, 하나님을 배반하도록 하며, 삶을 힘들게 하고 저주스러운 일을 겪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는 신앙 세계에 한정된 관점만도 아니다. 대표적으로 영화 속 사탄은 사탄에 관한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 준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 쉽진 않겠지만 그냥 육신의 삶을 괴롭히고 망하게 하는 존재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경은 사탄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 우리는 몇몇 성경 구절을 통해서 사탄은 타락한 천사라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런 성경 구절도 명확하게 사탄의 정체성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탄에 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신 분은 예수님이다. 특히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자 우리가 되어야 할 표상이면 우리의 본이시므로 그분이 사탄을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를 가지고 사탄에 관해 생각해 보자.

 

예수님께서 사탄을 처음 언급하신 건 40일간의 금식을 마치신 다음이다. 금식을 마치신 예수님을 시험하러 온 건 마귀라고 되어 있지만, 마지막 시험에서 예수님께서는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말씀하신다. (개역한글 기준) 이때 예수님께서는 자기에게 절하면 세상의 모든 권세를 주겠다는 시험(유혹)"사탄아, 물러가라! 하나님을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기라"라고 말씀하신다.

 

또 하나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베드로를 사탄이라고 책망하신 일이다. 예수님께서 변화산에 오르시기 전 제자들에게 '내가 십자가를 질 것'이라고 말씀하시자, 이를 만류하는 베드로를 향해 사탄이라고 하신 것이다. 그것도 바로 직전에 베드로를 그렇게 칭찬하셨던 예수님께서 돌변하다시피 바로 베드로에게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하셨다.

 

이 두 사건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어떤 존재 혹은 사람을 사탄이라고 하시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여기에 사람을 포함하는 건 사람이 예수님께서 사탄이라고 정의한 모습을 언제나 또 충분히 보여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건 처음에 언급했던 사탄에 관한 사람의 인식과 예수님의 정의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이게 아주 중요하다.

 

사탄에 대한 사람과 예수님의 정의는 다르다.

 

왜 이것이 다른가는 생각하면, 만약 사람의 생각처럼 육신의 삶을 괴롭히는 게 사탄이라면 예수님과 순교한 사도들은 모두 사탄의 계략에 당한 꼴이 된다. 부활하셨으니 이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하고 역전하는 것과 처음부터 사탄이 예수님과 사도들을 괴롭히지도 못할 존재로 인식하는 건 완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십자가와 순교는 사탄의 계략에 당한 게 아니라 하나님의 영화로운 일이므로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람의 생각처럼 사탄은 사람을 괴롭히는 게 목적인 존재로 한정할 수 없다. 물론 사탄이 나선다면 사람은 괴로움을 겪게 되겠지만, 그건 현상이지 본질이 아니다. 사탄은 사람을 괴롭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존재다. 그렇게 본다면 가장 본질적인 사탄은 아마도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사탄이라고 하신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 예수님의 수제자라고 말하는 베드로를 사탄이라고 하신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통해 사탄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연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라는 사람을 사탄이라고 하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인지도 중요한 요소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사탄이라고 하신 건 베드로라는 사람이 사탄이라는 건 아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건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진다는 걸 베드로가 부인하고 만류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하나님의 아들인 그리스도가 세상의 심판을 받아 죄인이 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주장한다면 그게 바로 사탄이라는 게 예수님 말씀의 본질이다.

 

하나님 아들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바로 사탄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사탄이라고 말씀하신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질 수 없다는 생각은 어떤 것인가? 이는 하나님 아들 그리스도, 곧 메시아가 목수의 아들 같은 모습일 리 없다는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과 제사장들과 같은 맥락의 생각으로, 존귀하신 하나님을 믿는다면, 더욱이 그의 아들이라면 당연히 세상의 존귀한 모습일 거라는 생각이다. 이는 금식하신 예수님을 시험한 마귀의 세 번째 시험과 결이 같다.

 

문제는 오늘날 신앙인의 모습인데, 이게 놀랍게도 다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책망한 사탄의 생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당연하게 여기기까지 한다. 이게 비판적인 의견으로만 들릴 수도 있는데, 가장 보편적이고 여기서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으로 세상에서 성공하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게 바로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는 일반적인 신앙 가치관으로, 그리스도는 낮고 천한 십자가를 질 수 없다는 베드로의 생각도 이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너무나 보편적인 신앙 가치관이 바로 사탄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통해 하나님 안에 있는 낮은 마음으로 섬기고 겸손하며 사랑하는 성품을 표현하고자 하시는데, 사람은 하나님이 존귀하시니 그저 세상이 높고 귀하게 여기시는 것으로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고만 생각한다. 정확하게 하나님의 뜻에 반하여 새로운 하나님을 조각하여 섬기는 신앙이니 당연히 사탄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역시 사탄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이 귀하게 여기는 것으로 하나님을 섬기려는 게 바로 사탄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삶을 괴롭히는 게 사탄이란 생각은 온전한 생각이 아니다. 사탄의 본질은 하나님을 거역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계획하신 뜻에 반하여 하나님 아들은 세상에서 높고 귀한 모습이어야 한다고 믿고, 자기도 그렇게 되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겠다는 생각이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게 바로 사탄이다. 이런 사탄의 본질을 모르고서 사탄을 이길 수는 없다.

 

(Next) 사탄을 이기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