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성경) 성령
신앙인들은 대체로 성령을 가볍게 생각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기보다 상세히 알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성령은 더 높은 수준의 신앙 자격으로 생각한다. 이는 성령은 기적을 행하시는 분으로 생각하기 때문인데, 기적은 일상적이지 않고 더 높은 수준의 영향력이기 때문이다. 성령은 더 큰 능력이 필요한 순간 도움을 주시는 분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성령은 구원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시는 분이다. 물과 성령으로 거듭난다고 하셨으니 그렇고 거듭난 생명은 성령으로 잉태되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령은 대충 알아서 되는 분이 아니다. 구원을 정확히 안다면 성령에 관해 명확하고 밝히 알 수밖에 없다. 기적을 행하시는 하나님의 영으로만 성령을 생각한다는 건 구원에 관해 밝지 않은 것이다. 이건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기적을 행하시는 하나님의 영으로 한정하여 성령을 아는 건 구원에 대해 밝히 알지 못하는 것
성령의 핵심적인 직임은 우리를 거듭나게 하시는 일이다. 그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령의 모든 기적보다 더 위대한 기적이다. 성령이 이런 분이라는 걸 알려면 성령의 거듭남을 체휼해야 한다. 몸이 뜨거워지는 성령 체험이나 사람의 능력 이상의 기적을 행하여 도우시는 성령보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성령을 더 귀하게 여기고, 거듭나게 하시는 성령의 은혜가 진정한 기적이다. 바로 구원이다.
예수님은 성령으로 남자를 알지 못하는 동정녀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나셨다. 이런 기적을 보이신 건 동정녀 탄생이라는 기적이 주인공이 아니라 성령의 능력과 그 능력을 보이신 이유가 주인공이다. 예수님은 우리가 되어야 할 모습의 본이신 것과 우리가 물과 성경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걸 종합하면 우리의 거듭남이 바로 성령으로 잉태된 생명으로 거듭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잉태되셨다는 건 곧 우리의 모습인 셈이다.
성령께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생명이 되게 하시지는 않는다.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께서 생명이 되게 하시려면 하나님의 생명이 될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말씀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그리스도의 정체성과 함께 씨 뿌리는 비유와 같이 하나님의 말씀이 흙으로 창조된 사람에게 심겨 있어야 한다. 말씀을 듣고 순종하여 심령 안에 하나님 말씀이 내재하여 있고, 그 말씀의 뜻을 알기 원하는 목마름이 있어야 한다. 성령께서는 그 말씀이 육신이 되게 하신다. 그리고 성경은 말씀을 늘 물로 비유한다.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는 비밀이 이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육신이 된 그리스도로 우리에게 나타나시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저것이 바로 인생의 목적"이라고 순종하면 예수님이 보이신 하나님의 말씀이 심령에 내재하게 된다. 그러면 성령께서 오셔서 그 말씀을 생명이 되게 잉태케 하신다. 그렇게 잉태된 생명이 바로 거듭난 생명, 곧 그리스도의 본성을 가진 하나님 아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신비한 영으로만 성령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살면서 겪는 문제를 기적적으로 돕는 영이나, 불치병을 고치는 능력으로만 생각해서도 안 된다. 그런 일들은 성령께서 충분히 하실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성령은 언제나 사람이 그리스도로 거듭나게 하시는 일을 하신다. 기적은 그 일을 위해 필요하실 때만 하신다.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이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창조 목적과 뜻을 먼저 행하심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성령에 관한 가장 올바르고 핵심적인 인식은 바로 우리를 거듭나게 하시는 보혜사임을 아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이 말씀하시는 대로 거듭난 사람은 이 성령의 은혜를 입은 사람이다. 따라서 성령이 이런 분이라는 사실, 아니 이것이 성령의 유일하고 위대한 능력이라는 걸 안다. 따라서 성령에 대한 이런 바른 인식은 곧 거듭남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성령으로 거듭나지 않은 사람은 성령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질 수 없다. 그들에게 성령은 기적을 일으키는 신비한 영일 뿐이다. 그건 드라마 X-파일의 스핀 무비 주인공으로 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구원이 없어서 그렇다.
정리하면,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은 성령의 직임을 올바로 안다. 성령의 직임대로 행하신 은혜로 구원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성령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반추할 필요가 분명하다. 내가 예수님처럼 성령으로 잉태된 거듭난 생명인지, 거듭났다고 생각하는 내 생명은 말씀이 생명과 육신이 된 것인지와 성령께서 그렇게 하셨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이건 성령에 대한 바른 인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구원이 하나님의 구원인지를 검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