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열매는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요구하시는 성과나 공로를 열거한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거듭나기를 바라시는 마음의 표현이다. 성령의 열매는 거듭난 사람의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행위로 당신 앞에서 의롭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나 생각을 가지지 않기를 바라신다. 이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의롭게, 즉 온전한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법을 분명하게 보이셨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육신을 온전히 구속하는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의 의를 보이셨는데 사람이 그것을 보고 믿는다고 하면서 행위로 의롭게 되려는 것을 바라실 리는 없다.

 

성령의 열매는 열매라는 말을 통해 생명의 개념이고 생명이 본성으로 나타나는 것임을 분명히 했고, 또 생명이 그 본성을 나타내는 것은 세상의 그 어떤 법으로도 금할 수 없다는 말로 그 온전함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울 사도는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은 육체와 함께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많은 이들에게 연결이 멀어 보일 수 있지만 사람들이 육신으로 의로워지려는 것은 결국 육신의 욕심과 육신의 정욕에 이끌린 것이기 때문에 하시는 말씀이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 5:24)

 

이는 앞선 여러 글에서 사람이 육체로 의로워지려는 것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의롭게 여기시는 마음이 육체의 형편으로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육신이 평안하면 하나님께서 의롭게 여기신다고 믿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은 육신을 깨끗하게 하면, 육신이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내면 육신이 평안해진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육체의 정과 욕심이다. 사도 요한은 이것을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이라고 했다.

 

그리스도의 사람은 이같이 육체로 의로워지거나, 육신의 평안을 하나님께서 자신을 의롭게 여기시는 증거로 보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사람은 정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기 때문이다. 육신의 평안함이 하나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증거라면 예수님과 사도들은 모두 저주를 받은 사람이 된다. 이런 단순한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육신의 정욕에 이끌린 어두움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성령으로 행하려고까지 노력한다. 그러나 이같이 어두움 속에서 구하는 모든 것이 바로 헛된 영광이다.

 

헛된 영광을 구하여 서로 격동하고 서로 투기하지 말찌니라(갈 5:26)

 

헛된 영광을 구하는 이들이 다투는 이유는 육신의 평안을 구하기 때문이다. 육신의 평안은 육신의 정욕에서 비롯되었고, 한 육신이 평안하려면 다른 육신이 수고해야 하기에 욕심이며, 그런 욕심이 충돌하기에 서로 다툰다. 심지어 하나님의 이름으로 다툰다. 예수님은 어리석은 자들의 주장 앞에 자신을 내어주시며 십자가를 지셨는데 그 예수님을 믿으며 예수님을 위하여 서로 다툰다. 그러고도 자신을 구원받은 사람이라 말한다. 헛된 영광에 매몰된 사람의 모습일 뿐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사람, 곧 그리스도로 거듭난 사람에게 육신은 하나님 앞에 의롭게 되는 도구나 증거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의로운 삶을 표현하는 실존이다. 그리스도로 난 사람은 곧 성령으로 잉태된 생명이다. 그래서 성령으로 살면 성령으로 행한다고 말씀하신다. 성령의 열매는 바로 그리스도에 속한 사람, 그리스도로 거듭난 사람.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의 삶 그 자체다.

 

바울 사도는 성령으로 살면 성령으로 행한다고 분명하게 말씀한다. 성령의 열매는 성령으로 난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성령의 열매는 하나님의 기쁨이 육신으로 보답받기 위해 육체로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으로 살면 되는 일인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바라시는 것이고 하나님께서 의로 여기시는 모습이다. 그리고 성령으로 나는 것은 오직 믿음뿐이다.

 

성령의 역사는 사람이 하나님의 의의 말씀을 수동적으로 순종하여 들음으로 그 말씀이 그 사람 안에 있어야 일어난다. 성령이 난데없이 사람을 거듭나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안에 있는 하나님의 의를 생명으로 잉태케 하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 안에 심기려면 하나님의 의와 말씀을 그대로 믿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정한 약속, 계획, 창조 목적이 자신의 존재 목적임을 깨닫고 순종하는 것이 믿음이기에 그 믿음이 있어야 성령께서 생명이 되게 할 하나님의 의가 사람 안에 거할 수 있다. 그 믿음으로 심긴 하나님의 말씀, 그것을 성령이 생명이 되게 하시면 그 사람의 삶이 성령으로 행하는 삶이 되고, 그 삶의 모습이 바로 성령의 열매다.

 

만일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찌니(갈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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