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레몬서 18절에는 바울이 빌레몬에게, 오네시모가 빌레몬에게 ‘불의를 하였거나 네게 진 것이 있거든 이것으로 회계하라’라고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오네시모는 빌레몬에게 어떤 손해를 끼치고 도망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것에 대하여는 공통적으로 오네시모가 빌레몬의 재산을 가지고 도망간 것이라고 한다. 즉 오네시모는 주인인 빌레몬의 소유를 가지고 도망을 간 것이다.

 

이것은 사실 죽음을 부르는 짓이다. 우리가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 설명을 들어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 당시의 기록들이 영화로 해석된 로마시대의 종들에게 있어서 흔히 말하는 인권이라는 것은 개똥만도 못한 것이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인은 그 종을 아무렇게나 죽일 수도 있고 주인의 유희를 위하여 성적으로도 얼마든지 노리개로 삼을 수 있는 신분이 종이었는데, 그 종이 그냥 도망간 것 만으로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데, 하물며 주인의 소유를 가지고 도망을 갔으니 그것은 자살행위와 같은 것인데 오네시모가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기록을 대하면서, ‘오네시모 참 무모하네’라던가, 아니면 ‘어떻게 그럴 수 있지?’할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모든 사람들이 다 하나님 앞에서 오네시모와 같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목적이 있는데, 그 목적을 떠나서 자기 좋다고, 또 오네시모 이름의 의미처럼 자기의 유익을 좇아서 다 하나님을 등진 존재였다는 것이다. 그 모습이 바로 오네시모의 모습과 같은 것이기에 모든 인생이 다 하나님 앞에서 오네시모와 같았다는 것을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이다.

 

오네시모는 종이면서 주인에게서 도망을 간 것이었다. 물론 주인의 집이라는 장소를 떠난 것이기도 하지만 주인의 집을 떠났다는 것은 빌레몬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고 자기의 이름처럼 유익, 곧 자기를 위하여 떠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주인에게서 도망하는 것이다. 오네시모의 그런 모습처럼 사람도 하나님이 사람에게 부여한 창조목적을 싫다고 하고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좇아서 사는 그 모습이 바로 하나님께로부터 멀리 도망한 것이다.

 

그렇게 오네시모가 빌레몬을 떠난 것은 자기가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종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이다. 설사 그 이유가 조금 다를지라도 적어도 오네시모는 자신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렇듯 자기가 생각할 때 옳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역시 하나님 앞에서 사람의 모습과 같은 것이다.

 

사람이 하나님을 떠난 사건이 바로 선악과를 먹었기 때문이다. 선악과는 하나의 열매가 아니다. 사람이 선과 악을 먹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것은 사람 안에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리하게 되었다는 말씀이다. 즉 그것은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하여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거나 또한 반대로 그렇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바로 선악과이다. 마치 오네시모가 빌레몬을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과 같이 말이다.

 

그러한 것을 볼 때, 물론 오네시모가 빌레몬의 어떤 재산을 훔쳐서 달아났겠지만 그것은 다 그 마음 안에 그렇게 하는 것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즉 그 마음 안에 선악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선악과를 먹음으로 다른 사람을 보고 잘했다 혹은 잘못했다고 판단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듯 오네시모 안에도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즉 자신의 행동이 실천에 옮길 만큼 선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빌레몬의 소유를 가지고 달아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오네시모가 훔친 것은 비록 그것이 물질이었다 해도, 결국은 선악을 판단하는 기준을 가졌기 때문인 것이다. 이와 같이 아담이 선악과를 먹었다는 것 역시 모든 사람이 그 마음 안에 다른 사람을 보고 또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어떤 것은 선하다고 판단하고 또 어떤 것은 악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했는가 하면, 하나님처럼 되려고 그랬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에 모든 것을 다 만드셨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은 다 하나님의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것을 다 아담에게 주셨지만 단 두 가지 선악과와 생명과는 먹지 못하게 하셨다. 그것은 분명히 하나님의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자신을 보고 ‘선한 선생이여!’ 할 때에,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 하느냐? 오직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선하신 이가 없느니라” 하셨다. 이는 예수님이 선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것은 선하고 어떤 것은 악하다고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즉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네시모가 빌레몬의 재물을 훔쳤다 해도 그것은 그 마음에 선악과로 인함인데, 그것은 우리 모든 사람이 오직 하나님의 영역이요 소유인 선과 악의 기준을 하나님과 같이 되려고 먹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네시모가 빌레몬의 재물을 훔쳐서 종이 아니라 빌레몬과 같이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 도망을 간 것과 같은 것이다. 즉 사람이 하나님만의 영역이요 소유인 선악간에 판단하는 것을 하나님처럼 되기 위하여 훔쳐버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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