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지 못한 좌절

Category : 김집사의 뜰/덕이의 신앙 이야기 Date : 2013. 8. 26. 15:12 Writer : 김홍덕

덕이의 마음 속에는 이른바 <선민사상>이 자라고 있었다. 그것은 '나는 선택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어린 나이에 방언을 하는 것도, 또한 성경에 대하여 점점 알아가는 것도 다 하나님게서 선택 받은 사람 혹은 계층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점점 굳어져 가고 있었다. 그 생각을 인생에서 떨쳐 내는데 얼마나 많은 고통이 따르는지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체로 말이다.


남들은 시쳇말로 소나무 몇개는 뽑아야 받을 수 있다는 방언도 비교적 수월하게 받고, 또한 성경이라는 교회의 교과서에 대하여도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알고 있다는 자만심과 같은 것, 그리고 평소 머리가 스마트 했기 때문에 교회 학생회 활동에 있어서도 늘 일을 잘하는 자기 모습에 스스로 도취되고 있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말이 되면 교회 학생회에는 다음 해 임원을 선출하는 총회가 있다. 3학년은 공부하느라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에, 2학년이 학생회 임원을 맡기 때문이다. 80년대 당시만 해도 학생회 임원들은 교회의 주보를 매일 인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행사의 기획과 환경정리 등을 직접 진행했기 때문에 나름 권위(?)가 있는 자리였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는 회칙이라는 것에 관해서도 민감했다. 학생회 안에 부서를 어떻게 나눌 것이냐, 임원의 자격으로 교회 출석 기간이 있었는데 그 기간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 등등 총회가 되면 부산하고 총회 자체도 진지했고, 뭔가 사활을 건듯 주장하고 다투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서 덕이는 늘 시끄러웠다. 주장할게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것은 일이 잘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냥 '나는 이런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소리를 하고 싶었던 것일 뿐이었다.


그 총회에서 덕이는 당연히 총무 이상의 임원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마지막 선출직인 회계에 선출되었었다. 총회가 있기 전 덕이의 선민사상은 자신을 높은 자리(?)의 임원이 될거라는 혼자 만의, 또한 마음 속의 예언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방언도 못하고, 덕이보다 성경도 모르는 아이들이 회장과 총무 그리고 서기까지 다 선출되고 어쩌면 남은 자리를 덕이가 채우는 격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좌절이었다. 덕이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본다면 분명히 덕이는 회장이 되었어야 할 것이다. 교회라는 곳이 성경 많이 알고, 기도 열심히 하고, 학생회 예배 뿐 아니라 수요일 예배도 빠지지 않고 나올 뿐 아니라, 주일 저녁 예배 성가대로 참석하는 고등부 성가대 까지 착실하게 참석하는 덕이는 회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진 표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사람에게 던져졌지, 잘하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덕이에게 그것은 좌절이었다. 하지만 덕이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만약 그때 덕이가 그 좌절을 의미 있게 받아 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정이라 우습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린 나이에 그것을 자기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좌절은 덕이의 삶에 있어서 끝이 아니었다.


덕이에게 좌절을 준 것은 사람들이 아니다. 덕이는 스스로가 가진 기준와 옳다고 생각하는 의가 덕이를 좌절하게 만든 것이었다. 덕이는 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것들이 자신을 회장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었지만 그것이 덕이를 배신 한 것이었다. 덕이가 의미를 부여한 방언이나 성경에 대한 지식은 자신의 하나님 아버지였다. 그 하나님은 덕이를 외면했다. 십자가 상의 예수님 처럼 말이다. 그 아버지께 좌절을 맛 보았지만, 어쨋던 덕이는 별 느낌 없이 좌절을 흡수해 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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