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16장, 막 8장, 눅 9장)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셨다. 제자들이 답하기를 “더러는 세례 요한, 더러는 엘리야, 어떤 이는 예레미야나 선지자 중의 하나라 하더이다” 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어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물으셨다. 이때 베드로의 유명한 신앙고백이 나온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


뜻밖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 대회를 시작으로 그리스도라는 존재 정체성에 대한 갈등의 시작이다. 하나님(이 보내신 아들)과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래서 늘 하나님과 사람이 갈등했던 그리스도라는 한 정체성에 대하여 양 끝단의 이견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스도’는 헬라어로 표현된 것이고 히브리어로 표현하면 ‘메시아’다. 이를 오늘날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꾸면 ‘Hero(히어로, 영웅)’이다. 그리스도라는 말의 뜻은 ‘기름 부음을 받은 자’ 라는 의미인데 고대로부터 기름을 머리에 부음으로 직위를 부여하는 것은 왕과 제사장 그리고 선지자 들이었다. 이는 한 마디로 사람의 삶을 통치하고,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의 대명사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구원자가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백성들의 생각에 별다른 말을 않고 바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셨다. 그에 대하여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대답했고, 이에 대하여 예수님께서 칭찬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그리스도인 것을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 대화의 핵심은 그리스도다. 베드로의 고백이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도 나오는데 표현은 달라도 모두 ‘그리스도’라는 것은 동일하게 기록하고 있다. 

또 물으시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여 가라사대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 하매(막 8:29)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하나님의 그리스도시니이다 하니(눅 9:20)


사람들은 예수님을 선지자로, 제자들과 베드로는 ‘그리스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는데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그리스도라고 밝히신 것이다. 핵심은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것이다.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자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밝히신 예수님께서 것이다. 그리스도란 그렇게 의를 주장 하는 자들에게 끌려 죄인이 되는 존재라는 말씀이다. 여기서부터 그리스도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이 시작된다. 당장 방금 큰 칭찬을 받았던 베드로부터 예수님을 만류했다. 유대인이나 예수님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아닌 제자들부터 예수님이 전하시는 그리스도를 부인하려 한다. 


그런데 베드로의 만류는 살짝 이상한 점이 있다. 누가 누굴 죽이려 하면 죽이려는 사람에게 그러지 말라고 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베드로는 죽임을 당한다는 예수님께 그러지 말라고 한다. 예수님은 스스로 죽지 않을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리스도가 그렇게 죽는 존재가 아니라는 자기 생각을 아주 분명하게 말한 것이다. 그리스도에 대한 다른 견해가 만난 것이다. 베드로는 그리스도는 죽음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그리스도는 하나님 아들과 그리스도의 정체성이 베드로와 같은 기준을 가진 자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존재다. 이것은 완전히 반대다.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것에는 서로 동의한다. 그것은 당시 유대인들도 동의하는 바였다. 하지만 ‘그리스도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달랐다. “예수는 그리스도”라는 말에는 ‘예수님이 그리스도시다’는 의미와 ‘그리스도란 존재에 대한 정의까지 포함되어 있다. 베드로와 제자들은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지만 그리스도라는 정체성의 인식이 문제였다. “주는 그리스도시오”라는 것은 온전히 믿었기에 대답했다. 그러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존재라는 것은 베드로와 제자들이 생각하는 그리스도가 아니었다.


베드로(와 제자들)가 생각하는 그리스도는 사실 유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베드로가 다른 것은 그의 고백처럼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요 그리스도라는 것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다만 그리스도의 정체성에 대하여 예수님과 생각이 달랐다. 이 차이는 뒤에 설명하기로 한다. 그래서 예수님도 사람들과 제자들을 다르게 대했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무엇이라 말하는지를 물을 때는 인자(人子)를 누구라고 하는지 물으셨다. 인자는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실 때 자신을 지칭한 표현이었다. 반면에 제자들에게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고 물으셨다. 이것은 제자들과 예수님은 “너와 나”의 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지속되는 그리스도의 정체성에 대한 이견 속에서도 가룟 유다를 제외한 제자들을 붙잡는다. 이것이 얼마나 제자들을 사로잡고 있었는지를 정말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베드로다. 앞으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베드로는 빌라도의 뜰에 따라가서 예수님이 왜 저러고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 갈릴리 바닷가에서 자신 안에 그리스도의 정체성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는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예수님께 고백한다. 낯선 그리스도에 대한 갈등이 감동으로 바뀐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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