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팬으로서...

Category : 잡동사니 Date : 2014. 11. 13. 10:51 Writer : 김홍덕

"야구가 끝나는 날은 가장 슬픈 날이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 야구단이 몇 개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웃기는 이야기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간 공감이 가는 말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저 말대로라면 봄까지는 슬프다. ㅎㅎ


나는 야구를 아주 좋아한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그 매커니즘이라고 할까? 그게 아주 매력적이다. 중고등학교까지는 고향인 대구의 고등학교 야구가 최고의 전성기여서 야간자습시간에 누군가 가져온 라디오를 듣기도 했던 기억도 난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삼성이다. 예전에는 삼성이라는 제품도 아주 좋아했는데, 애플 아이폰을 처음 사용한 일주일째에 '내가 10여년간 삼성에 속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한 이후에는 '오직 삼성'이라는 마인드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지만, 그래도 야구단은 이른바 향토구단이고 연고지가 고향이라서 아직도 응원한다.


예전에 삼성팬으로 사는 것은 힘들고 슬픈 일이었다. 메이저리그에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은 시카코컵스의 팬으로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100년 넘게 우승을 하지 못한 한 때문에 그런 말이 생겼는데, 삼성팬으로 사는 것도 예전에는 그랬다.


2002년 가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우승했을때, 너무 좋아서 같이 있었던 모든 사람에게 밥을 샀을 정도로 기뻣었다.(그래봤다 2,30명 정도 였지만)


다른 구단과 비교한다면 삼성이 가진 매력은 리그 원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우승을 위해서는 뭐라도 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다른 구단도 다 그렇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삼성만큼이라고 하기 어렵고, 설사 의도는 있다해도 우승을 못하니 그룹차원에서 감사를 할 정도의 의지를 보여주진 않았다.


이제는 늘 이기는 야구라는 말도 가능할 정도의 구단이 되어 있지만, 그래도 한국시리즈를 보는 것은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가슴 조리는 일이다. 올해 2014년에는 제대로 된 강자를 만난 것 같았지만, 단 하나 경험의 차이로 이겨내기도 했다.


가끔씩 지난 시절의 야구 이야기를 하는 티비프로를 볼 때면, 2000년 이전의 삼성 이야기는 보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건 참 비참한 과거였다. 넥센의 염감독이나 이사장의 말처럼 준우승은 정말로 비참한 일이라는 것을 삼성도 팬들도 아마 알것이라 생각이 된다.





이 시점에 삼성의 야구에 환호하는 것에는 어떻게든 우승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 본 결과로 오늘에 이른 그 과정이 표현된 오늘을 감사하고 싶다. 그건 어쩌면 살아가는 자세도 그래야 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어쩌면 몰라서나, 혹은 없어서 못하는 일은 없을지 모른다. 적어도 시장경제 기반의 자유민주주의 세계에서는 말이다. 심히 고상하게 비약된 견해일지 모르지만 삼성의 야구를 보면서, 원년부터 2000년대까지 그 많은 실패들을 바탕으로 이제는 명실상부한 리딩구단이 된 모습이 단지 스포츠를 너머 교훈적인 모습 마저 느끼게 한다.


어쨋던 야구의 시즌은 이제 쉰다. 얼음 밑에도 물은 흐르듯 겨울동안은 또 다른 리그가 있겠지만 단순한 스포츠의 감동이나 한 시즌의 우승이라는 결과로 응원하는 팬들에게 보여준 것 이상으로 원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끊이 없이 목표를 향해가는 모습에 작지만 감사하는 마음도 보낸다.


그나저나 야구 없는 겨울을 또 보내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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